[ 김형호 기자 ]
“법제사법위원회가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211건의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은 독재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법사위의 월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 위원장이 일부러 타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 처리를 늦추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를 고치는 권한을 없애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권 위원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발끈했다. 권 위원장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은 66년간 유지돼 왔다”며 “무엇보다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는 이 권리를 이용해 정부·여당의 입법 시도를 노골적으로 막아놓고 이제 와서 폐지하자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민주당은 한국당(옛 한나라당)이 단독 과반의석을 넘긴 18대 국회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난해까지 법사위를 법안 저지의 ‘최종 보루’로 적극 활용했다.
법사위가 법안의 체계와 자구 심사 권한을 내세워 국회에서 ‘상원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이유 없이 법사위에 붙들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대 국회 들어 법사위 법안처리율이 전체 상임위 가운데 최하위인 것까지 감안하면 우 대표 지적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은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본회의 상정에 앞서 타 법률과의 충돌여부 등을 확인하는 ‘체계·자구 수정’ 권한을 법사위에 부여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관례로 야당이 맡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여당 시절인 2015년 법사위 권한 축소 법안을 발의했으나 민주당의 호응이 없어 19대 국회 회기 마감과 함께 자동 폐기됐다.
우 대표의 국회법 개정안도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같은 운명을 밟을 수밖에 없다. 야당과 법사위원장을 공박해서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당 원내대표의 ‘자기 반성’ 없는 법사위 비판이 공허한 정치 공세로 들리는 이유다.
김형호 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