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추격이 무섭다고? 선전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입력 2018-01-23 18:19
혁신의 중국 질주하는 선전

화웨이, 4차 산업혁명 강력한 플레이어
선전 기업들 직원 절반 이상 R&D 인력

벤처 인큐베이터 가득 채운 20대 보면서
세계가 반한 '혁신 생태계의 힘' 느껴


[ 김동윤 기자 ]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선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중국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기 때문이다. 지난 14~17일 한국경제신문 ‘산(産)·학(學)·언(言) 특별취재단’의 일원으로 돌아본 선전 기업들의 기술적인 내용과 수준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1988년 설립된 화웨이는 기존 정보통신기술(ICT)분야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만들어가는 강력한 플레이어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창업 초기부터 연 매출의 10%가 넘는 비용을 과감하게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기술력을 다진 덕분이다.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압도적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DJI는 2006년 선전에서 창업한 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전형적인 혁신기술 기업이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으로 신시장을 찾아냈다. 선전 본사에서만 3000명이 넘는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메이크블록(Makeblock)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통합교육)에 쓰이는 교보재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전체 본사 인력 400명 중 250여 명이 R&D 인력이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R&D에 아낌없이 투자하며, 전체 본사 인력의 50% 정도가 R&D 인력이란 점이다. 젊고 상상력이 풍부한 R&D 인재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품 공급망과 어우러져 강력한 시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그 결과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선전이 혁신기술 기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비결은 혁신 R&D 및 창업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선전시 정부는 선전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던 초기부터 연구역량과 인력 인프라를 위해 중국 최고 대학인 베이징대·칭화대·하얼빈공대 선전 캠퍼스를 유치해 대학타운을 구축했다.

선전시 정부는 또 교육·R&D·산학협력·기술창업·마케팅이 연계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뚝심 있게 실행해왔다. 이런 교육과 R&D 인프라는 선전의 혁신 생태계에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화웨이는 하얼빈공대 선전 캠퍼스 졸업생만 매년 150명 이상 채용하고 있다. 대학과 선전 기업 간의 산학협력 연구가 활성화돼 있어 하얼빈공대가 매년 기업들로부터 수주하는 R&D 프로젝트 규모는 한국 유수 대학들보다 훨씬 크다.

칭화대와 선전시 정부가 공동으로 출자해 세운 벤처캐피털 리허는 수백 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 중 상당수는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리허는 자체적으로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기관)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창업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기술창업의 ‘무늬’만 갖추고 있는 한국의 영세한 대학기술지주회사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선전의 창업광장 거리에 즐비한 빌딩에 자리 잡고 있는 벤처 인큐베이터 사무실을 빼곡히 채운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을 보면서 선전의 혁신생태계가 살아서 역동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 한경 산·학·언 특별 취재단

◆스타트업계=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류진 우아한형제들 이사

◆서울대=박희재·차석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광근 컴퓨터공학부 교수

◆한국경제신문=차병석 편집국 부국장, 장진모 정치부장, 박준동 금융부장, 장규호 문화부장, 강동균 베이징특파원, 김동윤·노경목·이승우·김범준 기자

선전=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