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잡아 20억 명의 세계 이용자를 둔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자기반성을 내놨다. 페이스북은 자체 뉴스룸에 게시한 ‘소셜미디어와 민주주의’ 글을 통해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적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선정적인 기사와 잘못된 정보, 이로 인한 사회적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뉴스피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각국이 의도적으로 유포되는 거짓 정보를 뜻하는, 이른바 ‘가짜 뉴스(fake news)’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가짜 뉴스가 여론을 왜곡할 뿐 아니라 사회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어서다. 독일이 가짜 뉴스를 방치하는 소셜미디어에 벌금을 물리고, 프랑스가 규제 법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가짜 뉴스의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넘쳐나는 가짜 뉴스들이 진실을 호도하고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때 적발한 온라인에서의 허위사실 공표와 비방이 2만6378건으로, 18대 대선 때보다 6배 넘게 늘었다.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순위가 정치권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네이버는 최근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는 뉴스 댓글이 조작되고 있다”는 문 정부 지지자들의 지적을 받은 뒤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문 정부 지지자들의 댓글 폭탄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하고 나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와 포털 사이트에 난무하는 가짜 뉴스는 누가 보더라도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적이다. 표현의 자유가 과잉 보장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국내 거대 포털과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페이스북이 내놓은 냉철한 자기반성을 귀담아듣고 스스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포털 책임강화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