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 명이 병원 여러 곳을 운영하는 데 관여하는 '네트워크 병원'은 불법이지만 요양급여비용(건강보험 진료비)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5년 9월 네트워크 병원들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한 1인1개소법(의료법 33조 8항)의 존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용철)는 유디치과가 2016년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유디치과는 27여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유디치과가 이른바 '1인1개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33조 8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종훈 대표가 2012년 6월께 유디치과 전 지점과 동업계약을 해지한 뒤에도 여전히 주식회사 유디를 통해 각 지점의 인적·물적 설비를 관리하며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개입하는 등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디치과가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므로 부당이득 환수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병원의 개설 허가가 개설 과정의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한다"고 했다. 유디치과가 1인1개소법에 반하는 네트워크병원이므로 적법한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건보공단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또 "국민건강보험법에 의료법 33조 8항을 위반한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고 했다.
유디치과의 1인1개소법 위반이 국민건강보험법 57조 1항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속임수 등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불법행위는 수령자가 법률상 원인 없는 수익을 얻어야 성립하는데 유디치과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환자와 병원 사이에 체결되는 진료계약이 유효한 이상 환자에 대해 진료보수 청구가 가능하다"며 유디치과가 정당하게 치료비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주목할 것은 재판부가 1인1개소법이 금지하고 있는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중복 개설은 정보 공유·의료기술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 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절감 내지 비용 합리화 등 순기능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네트워크 병원이 영리법인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면 국민건강의 공익보다 영리를 추구할 소지가 있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1인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헌재 결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디치과 관계자는 "법원이 네트워크 병원과 사무장 병원의 차이를 인정한 것을 크게 환영하며 향후 위헌법률심판에서도 유디치과가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명백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아직 1심이기 때문에 법리 검토를 면밀히 한 뒤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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