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아파트 개발이 당초보다 3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민간 업체의 개발사업이 분양보증을 독점하는 공기관의 횡포에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신금융그룹 계열사인 디에스한남(옛 대신F&I)이 2016년 5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외인아파트 부지를 매입할 때까지만 해도 개발사업은 순풍을 만난 듯했다. 당시 매입가(6242억원)는 예정가(6131억원)를 소폭 웃돌아 ‘땅값 거품’에 대한 논란도 없었다. 게다가 한남동 일대에는 한남뉴타운이 진행 중이고 유엔사부지도 매각돼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디에스한남이 1년여간 국내외 고급 주거지를 둘러본 뒤 한남동에 지으려는 고급 주택 프로젝트(전용 206~273㎡ 335가구)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이라는 장벽에 막혔기 때문이다. 디에스한남은 ‘1년 내 주변에서 공급한 단지가 없을 경우 평균 분양가격을 입지, 가구수, 브랜드 등이 유사한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의 1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정할 수 있다’는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처리기준’을 활용했다. 인근 비교 대상인 ‘한남더힐’의 평균 매매가(3.3㎡ 기준) 6400만원의 110%인 7000만원 선도 가능하지만 고분양가에 대한 비판 여론과 HUG와의 지속적인 가격협의를 통해 6000만원 초반까지 낮춰 지난해 12월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분양보증을 내줄 것 같았던 HUG의 입장이 계속 달라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 급등이 가격이 뛰면서 국내 최고가 분양가의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게 변한 것이다.
HUG는 용산구도 아닌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분양가(3.3㎡당 평균 4750만원)를 잣대로 내세웠다.디에스한남은 용적률을 고려한 단순 토지가격(3.3㎡ 기준)이 아크로서울 포레스트(1150만원)의 두 배를 웃도는 2470만원에 달해 분양가를 동등하게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하루 부담해야 할 금융이자만도 1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UG가 강남 집값을 볼모로 개별 단지의 분양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분양보증이라는 독점권을 가진 공기관이 민간업체에 공식적인 분양처리기준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행위는 결국 사업을 하지 마라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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