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경제 시기 도달한 일본 신축 아파트값… 한국 강남에 명함 내밀 수준은 아닌 듯

입력 2018-01-23 11:08
수정 2018-01-23 11:17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연초부터 시작된 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인 일본도 한국에 비해선 상승세가 높다고 말하긴 어려운 수준이지만 일부 도심지역 부동산 가격 급상승으로 고민인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수도권의 신축 맨션(한국의 아파트에 해당)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덧 ‘거품경제’ 수준으로 가격이 치솟은 곳도 적지 않다는 소식입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 일본 신축맨션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7.6% 상승한 5908만엔(약 5억6872만원)으로 27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인 1도3현(도쿄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의 신축맨션 평균 가격이 거품경제 시기인 1989년과 1991년 수준을 웃돈 것입니다.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1990년에 비해서도 차이가 215만엔(약 2069만원)에 불과했습니다.

평균 가격은 거품경제 시기에 육박했지만 당시와는 부동산 시장의 성격이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거품경제 시기에는 교외를 포함한 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뛰었던 반면 최근의 가격 상승은 도심지역과 주요 지하철역 인근의 재개발 지역에 한정됐다고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원인으로는 일본 부동산 업계의 구성이 바뀐 점이 우선 꼽힙니다. 고가 부동산을 취급하는 대기업 7개사의 점유율이 10년 전 20% 대에서 46%로 높아진 것입니다. 스미토모부동산, 다이교 등 대기업들의 과점현상이 강화된 것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충격으로 일본의 중소 맨션개발 사업자들의 도산이 잇따른 결과입니다. 2002년 390개에 달했던 부동산 사업자수가 122개로 줄면서 가격인하 경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합니다.

여기에 수요가 견조한 수도권 요충지와 최근 방일객 증가로 건설붐이 일고 있는 호텔 부지 확보 등에 있어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맨션 개발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일본 부동산 대기업들은 도심의 고급 부동산 개발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일본에서 ‘1억엔 맨션(약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이라고 불리는 고급 주택 판매를 늘렸습니다. 이에 지난해에는 1억엔을 웃도는 맨션의 판매호수가 전년 대비 52.4% 증가한 1928채에 달해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도큐부동산은 올 3월에 롯폰기나 나가타초 등 도쿄 도심부에 4억엔(약 38억5000만원)짜리 초고가 맨션을 분양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일본에서도 고급 맨션을 구입할 수 있는 계층이 한정돼 있고, 지나친 가격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편으론 국민 소득수준이 한국에 비해 1인당 1만달러 가량 높은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한국 강남 등에 비해선 높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기도 합니다.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인 부동산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모두 고심하는 모습입니다. 이 문제의 해법은 과연 있는 것일까요.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