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조코비치 꺾고 8강 "'보고있나'는 전 감독과의 약속…애교로 봐달라"

입력 2018-01-23 09:52

정현, '조코비치 눌렀다'…韓 최초 메이저 8강행
정현 보고있나에 담긴 의미는? ‘김일순 전 감독 위한 퍼포먼스’



"보고있나"

정현(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 58위)이 22일(이하 한국시간)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4위)를 꺾으며 한국테니스 사상 첫 그랜드슬램 8강전에 진출하고 쓴 말이다.

‘호주오픈의 사나이’ 조코비치를 격침시키고 당당히 8강에 오른 정현에게 전 세계 취재기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정현은 재치있게 화답했다.

특히 시합 후 카메라 렌즈에 '보고있나'라는 메시지를 남겨 의구심을 자아냈다.

정현은 이에 대해 "전 삼성증권팀 김일순 감독과 약속을 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보고있나’ 위에는 ‘캡틴’ 이라고 썼다.

정현은 2015년 팀이 해체되고 나서 김일순 감독이 마음고생이 제일 심했다면서 "언젠간 잘 되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애교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정현은 "오늘 승리가 아시아 테니스에는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테니스를 위한 승리였다"면서 "내일부터는 테니스는 한국에서 인기종목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동호회 등 테니스인들 사이에서는 정현의 시합 이후 코트예약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은 "조코비치는 나의 우상이었다"면서 "그와 다시 경기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꿈을 이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현은 2016년 조코비치와의 대결에서 3대0으로 완패를 당했으나 2년만에 당당히 성장히 그를 꺾었다.

경기 도중 조코비치가 메디컬 타임을 부르며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정현은 "1세트가 끝나고 조코비치가 메디컬 타임을 불렀을 때 (팔꿈치 부상을) 눈치챘다"고 말했다.

정현은 이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상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단지 매 경기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8강전에서 세계랭킹 97위 선수를 상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행운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면서 "상대의 랭킹에 상관없이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코트에서 조금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내가 프로처럼 행동을 해서 한국테니스 유망주들이 나를 보고 좋은 점만 배우길 원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정현은 이번 승리로 상금 44만 호주달러(3억7,600만원)를 확보했다.

한편, 정현은 24일 샌드그렌과 8강전을 벌인다. 승리한다면 4강에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경기 승자와 붙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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