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할당물량 내에도 관세 부과
"트럼프 대통령 첫번째 관세 명령" 상징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제출한 권고안보다 더 강력한 세이프가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결정의 권고기한은 다음달 4일로 열흘 이상 앞둔 시기에 결정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정·재계, 학계의 유명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앞두고 있다. 서두를 필요가 없는 시기에 강력한 조치를 발동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됐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번 세이프가드는 세탁기의 경우 120만대까지 첫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첫해 50% 관세를 부과한다.
부품에도 저율관세할당(TRQ)을 5만개로 설정하고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부품에 첫해 50% 관세를 부과한다. 당초 ITC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세탁기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지만, 이번 조치는 이런 제품도 포함했다.
가장 강력해진 부분은 할당 물량이다. ITC 권고안은 할당 내 물량인 120만대에도 관세를 부과할지를 두고 무관세와 20% 관세로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0만대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할당 내 물량에 대해서도 2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기업의 수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은 셀과 모듈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고 셀은 2.5기가와트(GW)까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TRQ를 설정했다. 당초 ITC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3개 권고안과 비교하면 1안의 35%보다는 관세율이 낮지만, 이 또한 업계에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와 관련 "이번 조치는 지난 11월 ITC 권고안 중 120만대 미만 물량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결정한 것으로 좀 더 강경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의 첫 번째 관세 명령"이라며 "태평양 무역 협상을 철회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조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중대한 무역과 관련된 결정"이라고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는 1974년 무역법의 거의 사용되지 않는 제 201조에 따라 제출됐다"며 "이는 대통령에게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 할 수있는 폭 넓은 권한을 부여했다는 의미이며,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의 무역 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앞두고 이러한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이 통신은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이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중국과 한국과 같은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본다는 점을 외교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보스포럼 연차총회는 23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마지막 날인 26일 폐막 연설을 할 예정이다. 참석 여부를 고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종료를 앞두자 참석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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