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식당 북적이고
이마트는 숙성고 운영
[ 류시훈 기자 ]
한와담, 경천애인, 투뿔등심, 화포식당, 육선생, 장남식당, 두툼….
서울에서 숙성(에이징·aging)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판매해 유명해진 식당들이다. 저온에서 숙성한 고기를 내놓는 이들 식당은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을 찾는 미식가들로 붐빈다. 2년 전만 해도 숙성 고기를 맛보려면 전문식당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대형마트들이 숙성육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도 숙성육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고기 판매에서 숙성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앞서가고 있다. 2016년 설을 앞두고 내놓은 ‘피코크 제주 흑한우 드라이에이징 선물세트’ 100개가 사흘 만에 완판된 게 계기였다. 숙성한우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마트는 그해 12월 경기 광주 미트센터에 161.7㎡(약 49평) 규모의 숙성고(에이징룸)를 차렸다. 여기에서 20t 한우를 동시에 숙성할 수 있다.
한우 숙성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온도 습도를 적정하게 맞춰 숙성하는 드라이에이징과 진공 포장한 상태에서 온도만 맞추는 ?에이징이 있다. 드라이에이징은 숙성한 지 2주 정도 지나면 겉면이 어두운 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꾸덕꾸덕한 모양을 띤다. 대신 안쪽 고기는 효소 작용으로 아미노산과 지미성분이 증가해 육질이 연해지고 감칠맛이 난다. 치즈나 버터에서 나는 고소한 향도 발생한다.
이마트는 숙성고를 만든 이후 1년여의 실험을 통해 최적의 숙성 조건을 찾아냈다. 소고기 드라이에이징은 상대습도 80%를 유지하면서 0~2도에서 28일, ?에이징은 진공 포장한 상태로 0~2도에서 21일 숙성하면 가장 좋은 고기가 나왔다.
사실 숙성엔 정답은 없다. 온도를 높이고 습도를 낮추면 숙성 속도가 빨라지지만 마르는 겉면이 넓어져 먹을 수 있는 고기가 30%도 남지 않는다. 마트에서 팔기 적당한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 반대로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높이면 충분한 숙성이 이뤄지지 않아 특유의 맛을 낼 수 없다.
관건은 숙성고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일이다. 이마트는 숙성고 앞에 전실을 둬 숙성고 내부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이마트는 1등급 100g 기준 드라이에이징 한우 등심을 1만1000원에, ?에이징 한우등심은 8000원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일반 한우 등심(100g 7800원)과 비교해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지난해 이마트의 숙성한우 매출은 300억원에 달했다.
숙성한우를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한 이후 전체 소고기 판매량에서 한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마트는 올해 들어 숙성 삼겹살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경기 이천의 후레쉬센터 내 과일·채소 저장고를 삼겹살 ?에이징 공간으로 전환했다. 238㎡(약 72평)에 117t을 숙성할 수 있는 이 저장고는 온도와 습도는 물론 산소 질소 등 공기 조성 비율까지 조절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이다. 1, 2, 5주 등 각각 다른 기간에 50여 회에 걸쳐 삼겹살을 숙성한 결과 ‘0~1도, 15일’이라는 최적의 숙성 조건을 찾아냈다. 지난 4일부터 100g을 1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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