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 송태형 기자 ]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다.” “이러니 누가 소설을 읽겠는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소설’ 자리에 영화나 연극, 드라마가 들어가기도 한다.
네덜란드 출생의 미국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헨드릭 빌렘 반 룬(1882~1944)이 쓴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에도 ‘뭐 하러 소설을 읽겠는가?’ 등 비슷한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종교 갈등이나 ‘공적인 불관용’으로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거나, 마을 전체가 공포에 빠지는 등 역사적 사건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다.
1925년 초판, 1940년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의 원제는 ‘관용(Tolerance)’이다. 종교뿐 아니라 인종 차별과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지향을 둘러싼 갈등이 극심했고 전례 없던 세계대전이 벌어진 시기에 반 룬은 ‘관용’을 키워드로 인류사를 대담하게 탐색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된 고난의 역사를 자유분방한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사적인 불관용’과 ‘공적인 불관용’을 구별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갖는 편견까지 ‘불관용’으로 나무랄 수는 없다. 각자의 인격이 해결할 문제다. 공동체가 함께 경계하고 막아야 하는 것은 그런 편견과 차별이 공적인 제도로 자리 잡는 것이다. 저자는 “소설보다 더 믿어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관용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관용이 법칙이 되고, 불관용은 전설로 남는 때가 올 것이다. 무고한 포로를 학살했다거나, 과부를 불태워 죽였다거나, 인쇄된 책장을 맹목적으로 숭배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김희숙·정보라 옮김, 생각의길, 516쪽, 2만2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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