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전시·영화·공연으로 재조명 바람
고흐 걸작 영상으로 벽에 투사
'그대, 나의 뮤즈'전 눈길
편지 통해 예술세계 조명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인기
영화 '러빙 빈센트' 꾸준한 흥행
개봉 3개월새 관객 40만명 찾아
굴곡진 생애·미스터리한 죽음
예술인에 창작 영감 고취
[ 양병훈 기자 ]
저명한 화가의 그림을 영상으로 제작해 벽에 투사하고 그 공간 속을 관람객이 거닐도록 한 체험형 전시회 ‘그대, 나의 뮤즈’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먼저 고흐가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본 뒤 사방 벽이 그의 작품 영상으로 뒤덮인 방을 지나게 된다.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을 주제로 한 방에서는 작품 속 별이 소용돌이치며 움직이는 등 그림 속 세상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회는 오는 3월11일까지 열린다.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고흐가 친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그리는 창작극이다. 2014년 초연 뒤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무대에 오를 만큼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을 제작한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고흐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 보편의 감성과 꿈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기 좋은 인물”이라며 “이런 점을 무대에서 잘 살려낸 것이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16년 일본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여파에도 중국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문화예술계에서 ‘불멸의 화가’ 고흐를 재조명하는 콘텐츠가 앞다퉈 제작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러빙 빈센트’는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모티브로, 전 세계 100여 명의 화가들이 10년에 걸쳐 그의 마스터피스 130여 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재현한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다양성 영화로는 보기 드문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약 39만7000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기승전결식의 뚜렷한 줄거리가 없음에도 4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건 고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을지로6가에 지난해 10월 문을 연 테마파크 ‘라뜰리에’도 고흐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테마파크는 19세기 인상파 명화 속 모습을 세트로 재현해놓고 관람객이 돌아다닐 수 있도록 했다. ‘아를의 침실’ ‘아를,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등 고흐 그림 속 장면을 여럿 구현했다. 고흐에 대한 짧은 뮤지컬 공연과 토크쇼도 볼 수 있다.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 특별전’은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고흐의 ‘정오의 휴식’을 내걸었다. 이 그림이 유럽 밖으로 나와 전시된 건 처음이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 전시회에는 하루 평균 1700명씩 전체 23만7000여 명의 관람객이 왔다”며 “일반적으로 하루 1000명을 넘기 힘든 걸 감안하면 보기 드문 인기를 끈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전문가들은 세련되면서도 감상 문턱이 높지 않은 고흐의 화풍을 대중적 인기의 비결로 꼽는다. 고흐 같은 인상파 화풍의 작품은 미술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나 오랜 감상 경험이 없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살아생전 물감 살 돈도 없이 가난했고 정신적으로 피폐했던 고흐의 비극적인 생애와 미스터리한 죽음도 대중의 관심과 예술인의 창작 영감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니키 미국 뉴욕퀸스칼리지 교수는 최근 국내 출간된 《걸작의 비밀》에서 “고흐에 관한 모든 것이 관심을 끄는 것은 어느 정도 그의 흥미로운 인생 덕분”이라며 “대중들은 계속 새롭게 드러나고 해석되는 고흐의 일대기에 끊임없는 매혹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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