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최근 미국 하와이와 일본에서 연달아 미사일 오(誤)경보가 발령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두 사건 모두 현장 근무자의 단순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다. 미·일 당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사과했다. 하와이에서는 당일 현장 근무자가 옷을 벗었다.
주목되는 것은 그런 실수가 나오기까지 미국과 일본이 북한 도발에 대비해온 과정이다. 하와이 주정부는 지난해 북한이 괌 포격 발언을 한 뒤부터 대비를 강화했다. TV와 라디오만으로 하던 경보를 스마트폰으로도 보낼 수 있게 개선했다. 내부 경보 훈련도 매일 근무자들이 교대할 때마다 실시했다. 12월부터는 매달 첫 근무일에 핵 공격 대피 주민 훈련도 해오고 있다.
일본 정부도 마찬가지다. 자위대와 소방청뿐 아니라 관계 기관들이 참여해 주민 대피 훈련, 미사일 오염물질 제거 훈련 등을 해왔다. 실수는 양국에서 이렇게 치밀하게 이어져오던 훈련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그런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았다. 핵 공격에 대비한 훈련 자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덟 차례의 민방공·재난 대피 훈련 중 핵 공격 대비 훈련은 을지훈련 때 행한 것이 유일했다. 핵 공격 대피 훈련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가 나서 오해와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지도자들을 분단국과 동맹국 수반으로 두고 있다. 핵무기로 무장한 이들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의 오판(誤判)으로 인한 핵전쟁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그렇다고 1962년과 1983년 미국-소련 핵전쟁 위기를 전쟁 발발 직전 현명한 판단으로 막은 바질리 아르키포프(부함장)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중령) 같은 영웅들의 환생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로마제국 군사전략가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명언을 남겼다.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대피 훈련 정도는 눈치 보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