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들의 '한방' 키우기… "포털에 휘둘리지 않겠다"

입력 2018-01-17 17:16
부동산 프리즘


[ 김형규 기자 ] 공인중개사들이 네이버, 직방, 다방 등에 매물을 제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인 ‘한방’ 키우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지역별 중개사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제주도 지부는 자체 결의대회를 했고, 부산 일대 중개사무소는 80% 가까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전 일대 아파트 매물은 지난 15일 3만5000여 개(매매·전월세 포함) 등록됐으나 17일 1만9000여 개로 감소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전국 23개 지부장은 각 지부 소속 회원사에 “이달 말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매물 셧다운에 참여하자”며 “대형 포털 및 금융기관 등의 중개 시장 침탈을 방지하고 자존심과 업권을 수호하자”는 문자 메시지를 17일 전달했다. 네이버 등에 부동산 매물 제공을 중지하고 자체적으로 제작한 플랫폼인 ‘한방’에만 매물을 올리자는 취지다. 최근 전국 23개 지부장과 244개 지회장이 모여 해당 내용을 결의했다. 이달 27일부터는 예산 25억원을 들여 지상파, 온라인 등에 TV 광고도 시작할 예정이다.

협회는 포털에 매물을 등록하면 지속적으로 광고비가 들어간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강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사업부장은 “한방은 최초 공인중개사협회 등록비 50만원, 협회비 월 6000원만 납부하면 무제한으로 매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포털에 올리는 것보다 저렴하다”며 “대형 포털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플랫폼을 활성화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한방 앱(응용프로그램)의 다운로드 건수는 지난해 3월부터 이날까지 안드로이드 기준 47만 건, 페이지뷰는 하루 4만 건에 이른다. TV 광고가 시작되고 부동산 매물이 모두 한방으로 한번에 옮겨가면 이를 이용하는 수요자도 자연스럽게 유입돼 플랫폼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원사의 반응도 좋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다만 초기에 자리 잡기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 중개사무소들은 두 달 전 시범으로 네이버에 모든 매물 제공을 중단했지만 현재 2000여 건의 매매·전월세 매물이 올라와 있다. 가장 먼저 시행해 회원사의 피로도가 누적된 데다 손님이 적은 외곽지역의 중개사무소는 홍보를 위해 다시 네이버에 매물을 올리게 된 것이다.

무제한으로 매물을 올릴 수 있는 경우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허위 매물을 일일이 판단해 삭제하기엔 인력이 부족하고,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등의 변명에 대응할 수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각 동네 분회장 등이 허위 매물과 관련해 확인해서 삭제 조치할 것”이라며 “삼진아웃제가 있어 허위 매물을 계속 올리는 악성 사무소는 퇴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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