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출연 SK텔레콤 협찬광고, IOC 지적 일주일째
위법 위험 있는 '앰부시 마케팅' 보다 페어플레이 기대
지난 주말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도착하면서 올림픽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특히 가수, 배우, 모델 등 낯익은 얼굴들이 성화봉송에 참여하면서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봉송길을 함께하고 있다.
지역 성화봉송이 지역인사들과 지역출신 유명인들 중심이었다면, 서울에서의 성화봉송은 공식파트너 기업들에게도 성화 봉송 구간이 배정됐다. 전속모델부터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신입사원들까지 성화 봉송을 위해 뛰고 있다.
올림픽 성화봉송은 올림픽 경기와는 별도로 파트너와 스폰서가 있다. 이 중 성화봉송 구간에서 행사나 홍보를 할 수 있는 '프리젠팅 파트너'라는 게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삼성, 코카콜라, KT 등 3개 기업뿐이다.
이처럼 올림픽은 스폰서에 있어서 '경기', '방송', '성화봉송' 등에 이르기까지 분야별로 세분화될만큼 철저하다. 파트너를 확실히 우대해 주는 반면, 묻어가기를 하려는 앰부시(ambush, 매복) 마케팅에 대해서는 엄중한 경고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통신업계에서 일고 있는 앰부시 마케팅 논란은 유감일 수 밖에 없다.
앰부시 마케팅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TV 광고나 개별 선수 후원을 활용해 공식 스폰서인 듯한 인상을 주는 마케팅 방식이다. 1990년대와 2000년초반까지 이러한 마케팅 방법은 각광을 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SK텔레콤이 공식 스폰서로 지정된 KT를 제치고 '붉은 악마' 캠페인으로 마케팅 효과를 봤을 때만 해도 '좋은 마케팅의 사례'로 꼽혔다. 엠부시 마케팅은 그야말로 '뒤에서 몰래 웃는'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후원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벌금과 엄중한 경고를 10여년전부터 시작하면서 앰부시 마케팅은 사그라드는 추세다. 스포츠를 관람하거나 지켜보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변했다.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적자에 허덕이는 도시나 국가들을 보면서 스폰서들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광고가 너무 많다'라는 지적보다는 '당연하다'라는 공감대가 자리잡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난 10일 IOC로부터 SK텔레콤의 지상파 협찬 광고가 앰부시 캠페인이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광고는 피겨여왕 김연아가 국가대표 선수들과 종목들을 소개하면서 올림픽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김연아는 SK텔레콤의 캠페인 문구인 '5G KOREA' 옷을 입고 광고 말미에는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다.
심지어 성우 목소리로 "이 캠페인은 웰컴투 5G코리아, SK텔레콤이 함께 합니다"라는 내레이션까지 깔린다. 광고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기존 SK텔레콤의 기업광고와 유사한 흐름이다. 팝송인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배경음악인데다 홍보슬로건은 기업의 슬로건인 ‘SEE YOU TOMORROW’와 비슷한 ‘SEE YOU in Pyeongchang’이다.
이제 17일이다. 경고를 받은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영상은 수정중이라는 답변이다. 광고는 수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튜브를 통해 SK텔레콤 광고로 공유되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은 이렇다. 제작은 방송국이 했고 협찬만 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공식 후원사이자 경쟁사인 KT는 16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속이 끓고 있다.
김연아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이자 동계올림픽을 평창으로 유치한 주역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상징적인 존재다. 광고에 같이 등장하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동계올림픽 종목들을 홍보대사와 소개하는 캠페인을 위해 훈련시간을 쪼갰을 것이다. 방송을 탄 종목은 컬링, 스켈레톤, 스피드스케이팅,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등으로 등장한 선수만도 어림잡아 십여명이다. 아마 방송이 되지 않은 단체경기까지 합친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동원됐을 것이다.
국민적 관심을 위해 캠페인에 참여했을 김연아와 국가대표선수들이지만, 현재는 '매복 마케팅'의 광고 사례에 포함됐다. 위법 사항의 광고 사례가 됐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과연 모르고 나왔을까'라는 의문까지 제기하기도 하지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선수들의 평정심이 이러한 잡음으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국회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 신설된 ‘매복마케팅의 금지’ 항에는 ‘특정 기업이나 상품, 서비스를 올림픽 대회나 국가대표 선수 응원과 연계해 올림픽과 관계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표시, 광고’를 매복마케팅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함을 명확히 했다.
앰부시 마케팅은 더이상 기발한 방법이기 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에 가까워졌다. 우리가 올림픽과 같은 운동경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 까닭은 온전히 땀과 노력으로 맺은 페어플레이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마케팅 보다 앞선 페어플레이 정신을 기대해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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