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도 액수와 정황은 다르지만 역시 국정원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함께 구속됐다.
특히 'MB 집사'로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곧장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뻗어 갈 전망이다. 김 전 기획관은 물론 이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는 입장이어서 검찰과 날 선 공방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을 구속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영장을 발부하면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라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재무 등 안살림을 총괄하는 총무기획관으로 일한 김씨는 2008년 5월께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는 등 국정원 측에서 총 4억원 이상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조사와 법원 영장심사에서 일체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성호·원세훈 두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용해 조성한 자금을 건넨 것으로 보고받았다는 진술을 나란히 확보했다.
또 국정원 예산을 담당하는 김주성·목영만 전 기조실장 역시 검찰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당시 국정원 예산 담당관도 전달 시기와 액수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법원은 이 같은 국정원 측 인사들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금품 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김 전 기획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범죄사실이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김 전 기획관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국정원 자금 수수 경위와 사용처 등에 관해 보강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상대로 자금 수수 및 사용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강도 높게 추궁할 전망이어서 김 전 비서관의 진술 태도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수사 경과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 필요성과 시기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며 국정원으로부터 5천만원 이상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업무상 횡령)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도 구속했다.
김 전 비서관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지낸 검사장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대학·사법연수원 동기로 매우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김 전 비서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업무상횡령 부분에 관하여 혐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17일 발부했다.
검사로 일하다가 2009∼2011년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김 전 비서관은 당시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국정원이 지원한 특활비 5천만원으로 '입막음'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김 전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돈을 민간인 사찰 관련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썼기 때문에 뇌물수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2일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 등의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할 당시 국정원이 청와대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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