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김강국이 도대체 누구냐"… 북한, 또 혼선 유도 '히든카드 전략'

입력 2018-01-16 19:45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

통일부, 소속·직책 등 전혀 몰라

정부 "탈북 여종업원 송환 불가"
이산가족 상봉 논의는 힘들 듯


[ 이미아 기자 ]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릴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단 중 ‘김강국’이란 인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조차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16일 “북측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실무회담에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차관급)을 단장으로 원길우 체육성 부상, 김강국을 대표로 보내겠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수석대표로 나서고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대표로 참석한다.

이 중 김강국에 대해선 북측에서 이름만 보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중앙통신사 소속 기자 중 김강국이 있는데,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기간에 기자단도 파견하겠다고 한 만큼, 김강국이 기자라면 이와 관련된 협의를 하기 위해 대표단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앞서 지난 15일 예술단 파견 관련 실무접촉에서도 예고 없이 대표단 회담 테이블에 ‘베일에 싸인 인물’ 한 명을 추가했다. 성명과 소속 모두 불명이었다.

북측의 이 같은 ‘히든카드 전략’은 남북협상 때 비교적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도적으로 판세를 바꾸거나 우리 측에 혼선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로선 정보 비대칭이 워낙 심하다 보니 협상을 준비하기 전 대표단 신원 파악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알려진 탈북 여종업원 송환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송환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탈북 여종업원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잘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측은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측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제안에 2016년 중국의 북한 음식점에서 집단 탈출해 입국한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차관은 이날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관련 정부합동지원단 현판식에서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의 합의 사항 중 특히 (북측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적인 문제를 중점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선수단, 참관단, 고위급 대표단, 응원단 등 구체적 현안에 대해 추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