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기업인이 16일 청와대에서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었다. 만찬에는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 대표와 소상공인 대표 등 26명의 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이 참석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중소기업단체 대표 6명도 함께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는 700만 영세상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회장이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 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주체가 소상공인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최 회장이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던 데다 스토리가 있는 소상공인을 초청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초청명단에 포함됐다가 지난주 후반 갑자기 취소되고 소상공인협회 부회장이 대타로 초청 대상에 오른 것에 대해서는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평소 최저임금 인상 및 정부의 후속대책에 ‘쓴소리’를 쏟아냈던 최 회장과 문 대통령의 만남을 차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지난해 기자를 만나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최소한의 조율과정도 없이 속전속결식으로 이뤄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촛불을 들어 이 정부를 탄생시킨 영세상인들이 그 촛불에 타죽게 생겼다”는 다소 과격한 푸념도 했다.
최 회장은 16.4% 인상에 따른 영세상인들의 명목시급(7530원) 이상의 실질 임금 부담분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최저임금 산정에서 빠진 주휴수당(주5일 근무 시 하루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과 1.5배 야근수당을 감안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 감원 의사를 밝힌 회원사 설문조사 자료까지 꺼내들며 ‘일자리 정부’ 정책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찬회동에 앞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업종별 보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최저임금 인상에 쓴소리를 하는 소상공인 대표와의 만남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무산되면서 청와대는 ‘불통·쇼통’ 비난을 자초하게 됐다.
손성태 정치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