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 제3 이대병원 사태' 예고하는 건강보험제도 이대로 둘 건가

입력 2018-01-16 17:44
세균 감염으로 신생아 네 명이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한국판 리비 자이언(Libby Zion)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병원과 의료진 과실을 처벌하는 차원을 넘어, 후진적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 1회용 재료를 재사용케 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차제에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84년 미국에선 병원 응급실에서 36시간 연속 근무한 전공의가 처방한 약을 먹고 대학생 자이언이 사망하자, 많은 책임 논란이 빚어진 끝에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이 제정됐다. 의료진의 과도한 근로와 열악한 수련 환경을 의료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본 것이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은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관련해 의료진 과실과 별개로, 세균 감염원이 된 영양제 한 병을 다섯 명에게 나눠 줄 수밖에 없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했다. 보험 수가가 원가에 비해 낮다보니 의료 재료를 불법 재활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생긴다는 것이다. 의사 한 명이 하루 15명의 신생아를 돌봐야 손익을 맞출 수 있는 열악한 현실도 이런 환경의 산물로 봐야 할 것이다.

병원들은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비급여 진료를 통해 보충하고 있다. 정부가 수가를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제값을 받지 못한 의료 서비스는 곳곳에서 흠집과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단계적으로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3800여 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7월부터 대표적 비급여 중 하나인 2∼3인 병실 입원료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단의 보험수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병원 수익성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값싼 의료서비스가 뒤에서 숱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