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 지식사회부 기자)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10곳을 뽑아 총 100억원을 지원하겠다’. 교육부가 15일 발표한 자료의 내용이다. 3페이지 분량의 자료는 도표로 운영모델까지 제시하는 등 비교적 상세했다. 하지만 읽는 동안, 머릿속엔 의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을 뭐로 정의한 걸까, 그에 맞는 걸맞는 인재란 걸 어떻게 판단하지? 1개 대학에 10억원씩이란 돈은 무슨 기준으로 정한 것일까’.
교육부는 새로운 재정지원 사업의 제안 배경을 “과거와는 다른 역량을 갖춘 인재의 양성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김우정 산학협력정책과장)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유망 신산업 분야에 대응하는 융합지식과 4C(비판적 사고력, 소통능력, 창의력, 협업능력) 능력을 갖춘 문제해결형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환경 혁신을 추진하는 선도 대학을 키우는 게 이번 사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혁신의 사례로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전문교과와 기초교과 개설을 꼽았다. 거창한 사업목적에 비해선 ‘비(非)창의적’인 듯 보였다. 서울 주요 대학의 총장은 “대학의 경계마저 사라지려는 마당에 과정 몇 개 만든다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겠냐”며 “4차 산업혁명은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을 바꾸는 자기파괴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무엇인 지에 대해선 저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방과 추격만으로는 새로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므로 눈앞의 이익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기업보다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혁신과 창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의 유형을 정희하고, 이를 대학이 교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과거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요즘 한국 대학의 가장 큰 고민은 대입전형료 폐지 혹은 인하 논란이다. 전형료로 걷은 돈의 용처를 교육부가 정해 불필요하게 쓰였다면 못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돈 가뭄’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이번 교육부의 ‘100억원 선물’를 따내기 위해 전담팀을 만들고, 평가위원들의 의중을 살피느라 부산을 떨 게 자명하다. 미(美) 스탠퍼드대 공대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홈페이지에 밝히며 ‘세상을 바꿀 혁신을 어떤 분야에서 이룰 것인가’라고 했다. 사립대 경영마저 정부 입맛대로 하려는 한국에서 이런 대학이 과연 나올까. 기대난망이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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