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를 대중제로...골프장 구조조정의 롤모델 만들다
≪이 기사는 12월 07일(15:5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안성Q 골프장은 파산 직전의 회원제 골프장을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골프 애호가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품격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현갑 케이스톤파트너스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은 3000억원 규모의 부채와 막대한 영업손실에 허덕이던 회원제 골프장을 수도권 시민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제 골프장으로 변모시켰다. 회원권 분양 실패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던 안성Q는 케이스톤과 골프존이 공동으로 인수한 뒤 연 방문고객 8만명이 넘는 ‘풀부킹’ 골프장으로 탈바꿈했다.
안성Q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회원제 골프장의 ‘고급 시설’과 퍼블릭 골프장의 ‘합리적 가격’을 적절히 융합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쏟아지던 골프장 매물 중에서도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구조조정 전문 운용사인 케이스톤의 선구안과 골프장 운용 노하우를 보유한 골프존의 협업도 갈수록 시너지를 내고 있다.
◆험난했던 인수과정
안성Q는 2010년 회원제 골프장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면서 안성Q 운영회사인 태양시티건설은 자금난에 빠졌고, 결국 2012년 3월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듬해 2월엔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케이스톤의 눈에 안성Q가 포착된 건 이 즈음이었다. 2011년 출범한 구조조정 부문 전문 PEF 운용사 케이스톤은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이 가능한 골프장을 물색하고 있었다. 안성Q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여서 대중제로 전환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케이스톤의 계산이었다.
2013년 6월 케이스톤은 골프존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여 ‘회생계획 인가 전 기업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태양시티건설 경영권을 약 73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케이스톤과 골프존은 현재 안성Q 지분을 각각 85%와 15% 보유하고 있다.
법정관리 골프장을 사모펀드가 인수한 ‘최초사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인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회원권 대신 회생채권을 보유하게 된 기존 회원들이 회원권 가격의 17%만 돌려받게 되자 “회생계획안 인가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6월 대법원이 케이스톤의 손을 들어주면서, 안성Q는 명실상부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정식 출범했다. 당시 재판부의 판단은 골프장 운영회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회원권 가격의 일부만 돌려줄 수 있다고 본 첫 대법원 판례이기도 했다.
초기엔 담보신탁계약자들을 설득하는데에도 애를 먹었다. 신탁법에서 신탁채권은 회생채권으로 분류할 수 없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원칙상 담보신탁계약자들은 신탁자산에 대해 100%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담보신탁자들이 ‘원칙대로 하자’고 나설 경우 안성Q 인수는 불가능했다. 케이스톤은 새마을금고와 부산저축은행 등 신탁계약자들을 설득해 67%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신탁계약상 권리를 포기하는 동의를 이끌어냈다.
IB업계 관계자는 “신탁계약자들과의 채권 협상에 성공한 것이 법원에서 회원권을 전액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며 “안성Q는 향후 법정관리 골프장 M&A가 추진될 경우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고객 8만명 확보해 영업이익률 40%
케이스톤이 안성Q를 대중제로 전환하려한 이유는 간단하다. 연간 60억원의 골프장 운영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매출만 확보하면 수익성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풀부킹’ 골프장이 되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4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과거 고액 자산가들만이 즐기던 골프가 생활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수의 일반 고객을 유치하는 게 매출을 올리는데 훨씬 유리해졌고, 대중제 전환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대중제 전환시 연간 30억원 규모의 세금감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은 덤이었다.
케이스톤이 안성Q를 사들인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신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약 3000억원에서 730억원으로 줄어든 채무를 전액 상환한 것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해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어 프리미엄 대중제 골프장을 목표로 서비스질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고급 클럽하우스와 잘 짜여진 골프 코스를 보유하고 있어 기존 대중제 골프장에서 볼 수 없었던 한 차원 높은 서비스만 제공한다면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프리미엄 골프장이라는 명성을 얻으면 현재 약 13만원 수준인 고객 한명당 단가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골프장 운영은 안성H, 안성W, 골프존카운티 선운 등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은 골프존카운티에 맡겼다. 골프존은 20여개 업체가 난립한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가진 독보적 회사로, 골프존카운티를 통해서 오프라인 골프장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골프존카운티는 골프존의 IT시스템을 오프라인으로 확장, 기존 골프장에서 찾을 수 없었던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필드에서의 스윙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나스모’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든 캐디에게 테블릿PC를 제공해 스코어보드를 수기에서 전산입력으로 바꾸고 실시간으로 코스 및 거리 확인도 가능하도록 했다. 캐디 및 임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에도 힘썼다. ‘캐디가 그 골프장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관점에서 수준 높은 캐디를 양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균일한 그린 관리를 위해 억대 연봉을 주고 그린 관리만 전담하는 ‘그린 키퍼’를 고용한 것도 안성Q의 차별화 포인트다. ’안성Q는 사계절 내내 그린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평가가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퍼진 이유다. 조명을 설치해 저녁에도 골프를 칠 수 있는 3부제 골프장으로 변경한 것도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곤지암CC 대표이사를 지낸 이상희 씨를 안성Q의 새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주요 골프장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어 안성Q가 지향하는 프리미엄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변화에 적임자라고 판단해서다.
대중제 전환은 연간 30억 규모의 세금 절감 효과도 이끌어냈다. 골프는 사치성 스포츠로 분류돼 지방세, 개별소비세 등을 중과세하고 있지만 대중제 골프장에는 개별소비세가 없기 때문이다. 케이스톤은 2016년 대법원 판결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정식 인가를 받기 전인 2013~2015년 과세당국에 낸 개별소비세에 대해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 약 51억원을 돌려받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안성Q는 2013년 5만6000명 수준이던 연간 방문객 수를 지난해 8만명 수준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50억원에서 103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매출 100억원과 영업이익 35억,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0억 이상을 달성할 전망이다. 유현갑 케이스톤 대표는 “골프장 운영에 연간 60억원이 소요되는데 그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면 돈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 질을 한단계 더 끌어올려 프리미엄 골프장의 명성을 얻는게 안성Q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1300억원 이상 노리는 엑시트 전략
케이스톤은 국내 골프장 M&A가격이 크게 뛰고 있는 점에 주목, 자금회수(엑시트, exit)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블루버드 CC의 경우 인수가가 약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내 인수가 가능한 골프장 M&A 매물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수도권 지역에 18홀 골프장을 새로 지으려면 1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이마저도 진입도로 조성 등의 문제로 신규 조성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내 골프장은 수익성이 좋거나 대주주의 자금 사정이 좋아 M&A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며 “안성Q가 매물로 나오면 복수의 원매자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케이스톤은 안성Q 매각가로 130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프리미엄급 골프장인데다 대전·세종시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안성 지역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가지고 있어서다. 케이스톤은 안성Q 인수 후 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이미 100억원 이상 투자를 회수한 상태다. 유 대표는 “재매각에 성공할 경우 펀드 출자자들은 10% 이상 수익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매각 적기를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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