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900 근접했지만… '셀트리온 삼총사' 빼면 750대

입력 2018-01-15 17:27
수정 2018-01-16 10:18
셀트리온 따라 춤추는 코스닥시장

셀트리온·헬스케어 시가총액 비중, 코스닥 전체의 20% 안팎 차지
바이로메드, CJ E&M 제치고 시총 순위 4위에 올라
건강관리업종 비중 사상 최대… IT업종 시총의 세 배 넘어


[ 김우섭 기자 ] 코스닥시장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이른바 ‘셀트리온 3총사’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출렁이고 있다.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가 삼성전자가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움직인 것과 같이 코스닥지수 흐름이 셀트리온에 좌우되는 ‘셀트리온 주도 장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 3총사에 휘둘리는 코스닥

15일 코스닥시장은 18.56포인트(2.13%) 오른 891.61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시가총액 1~5위 기업이 모두 바이오 업종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바이로메드(29.97%)는 상한가로 마감해 CJ E&M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4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3분기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친 셀트리온제약이 장중 5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하루 종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두 종목은 코스닥 시가총액의 20% 안팎을 차지한다. 코스닥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10.32포인트(1.18%) 오른 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내림세로 접어들자 한때 7.37포인트(0.84%) 하락했다. 하지만 셀트리온제약(종가 기준 22.35% 상승)을 시작으로 셀트리온(2.49%)과 셀트리온헬스케어(3.85%)가 모두 상승 마감하면서 2002년 3월29일(927.30) 이후 최고치로 장을 마쳤다.

작년 12월27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코스닥지수는 762.21에서 873.05로 14.54% 상승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만약 이 기간 셀트리온 3총사가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가정하면 코스닥지수는 759.04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그룹주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닥 종목은 0.42% 내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셀트리온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면서 패시브펀드 등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 이전 이후 코스닥 대장주 프리미엄을 누릴 것이란 기대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수급 요인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제약업종 등을 뜻하는 코스닥시장 내 건강관리업종 비중은 사상 최대로 높아졌다. 코스닥150지수에서 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62.94%다. 석 달 전보다 11.35%포인트 높아졌다. 2위인 정보기술(IT)업종(17.86%)과는 45.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코스닥지수는 코스닥지수가 아니라 바이오·헬스케어지수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며 “특정 업종 쏠림이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이 센터장은 “한동안 바이오주에 비해 상승폭이 작았던 헬스케어주로 순환매가 일어나는 모습”이라며 “투자 온기가 확산되면서 코스닥지수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혹스러운 정부·운용업계

정부는 셀트리온 3총사의 독주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을 낸 목적은 침체된 코스닥시장의 자금 회수 기능을 살리자는 데 있다. 벤처캐피털(VC) 등의 모험투자를 촉진하고, 차익을 낸 VC가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게 금융위의 의도다.

그러나 셀트리온그룹은 최대주주인 서정진 회장의 지분(셀트리온홀딩스 지분율 94%)이 많아 ‘자금 회수→재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에 대형주 위주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건 부담스럽다”며 “3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 등이 나오면서 중소형주에 온기가 퍼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펀드매니저 사이에선 지난해 코스닥시장을 이끈 IT주를 팔아 바이오주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작년 좋은 성과를 거둔 펀드 중 상당수는 IT 비중이 높았는데 이들 자금 중 일부가 바이오업종으로 넘어가 수급이 더욱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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