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것만이' 박정민, 열정과 고집이 탄생시킨 '인생 캐릭터'

입력 2018-01-15 09:29
수정 2018-01-15 09:30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진태 役 박정민 인터뷰



"피아니스트까지 투잡 하는 건 어때요?"

배우 박정민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촬영한 뒤 종종 듣는 말이다. 서번트증후군 역할만으로도 힘든데 피아노 천재 연기까지. 그 어려운 일을 박정민이 해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분)가 난생처음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진태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박정민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촬영 비하인드스토리를 전했다.

"이병헌 선배님이 출연한다는 이야길 듣고 처음엔 의아했어요. '이런 소소한 드라마를 왜?'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왜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저는 이 기회를 놓치면 타격이 오래갈 것 같아 절대 놓칠 수 없었어요."

진태는 어떠한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하며 휴대폰과 게임기에 몰두한다. 박정민은 이 서번트증후군 연기를 위해 말투와 걸음걸이, 손끝 동작 하나까지 완벽히 하기 위해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했다. 그동안 조승우, 류승룡, 신현준 등 베테랑 배우들이 소화한 역할과 비슷하기에 부담감이 클 것이라 생각됐지만 예상과 달랐다.


"아니요. 부담은 없었어요. 서번트 증후군이 나오는 대표적인 영화 '말아톤'을 너무 좋아해서 극장에 가서 여러 번 봤어요. 저는 조승우 선배님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우리 영화의 진태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진태는 휴대폰 동영상으로 본 피아노 연주를 똑같이 쳐내는 피아노 천재다. 아마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박정민의 피아노 연주가 실제인지 CG인지 의문이 들었을 것. 하지만 이 모든 장면은 CG나 카메라 트릭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채 철저히 박정민의 노력으로 완성됐다. 비록 음원에 맞춰 피아노를 치는 시늉이었지만 손가락의 위치가 정확해야 했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32년 평생 피아노를 쳐본 적도 없고 악보도 볼 줄 몰랐던 박정민은 출연이 확정된 날 당장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6시간씩 연습에 매진했다.

"그 당시 '라라랜드'가 개봉해서 라이언 고슬링을 보고 저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상한 열정과 고집을 부린 거죠.(웃음) 저는 피아노를 쳐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어요. 촬영 전 3개월, 촬영하면서 3개월을 연습했어요. 한글로 계이름을 쓰고 손가락 번호를 다 적어서 피아노를 쳤어요. 어느 정도 쳐내지 않으면 가짜처럼 보이니까요."


박정민과 한지민의 합주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습할 때는 박정민과 한지민으로, 슛이 들어가면 오진태와 한가율로 연기를 하며 연주를 했다. 리허설 없이 바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합을 짜지 않은 두 사람은 소름 돋을 정도로 포인트를 잘 맞추며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는 후문이다.

"피아노 신을 다 찍고 나서는 좀 서운했어요. 영화 안에서 진태가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배우 박정민도 앞으로 그 많은 관객 앞에서 피아노 연주할 일이 없잖아요. 특별한 경험을 한 그 시간을 떠나보내야 해서 집에 오는 길에 마음이 이상했어요."

2016년 '동주'로 온갖 신인상을 휩쓴 박정민은 2017년 그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박정민의 2018년은 더욱 바쁠 예정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시작으로 올해 개봉하는 그의 영화만 4편이기 때문.

"작년엔 쉬는 날이 아예 없었어요. 중간에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은 고비도 있었죠. 다행히 이준익 감독님과 황정민 선배님의 조언 덕분에 이겨냈어요. 이제 조금 즐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