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덜 크로즈너 미국 시카고대 교수
[ 뉴욕=김현석 기자 ]
“법인세 감세는 국제적 측면에서 분명히 미국 제조업에 긍정적이다. 한국이나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각국이 앞으로 5년 정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랜덜 크로즈너 미국 시카고대 교수(사진)는 지난 12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주최 ‘2018년 경제전망’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춰도 미국만 35%라는 높은 세율을 유지해 왔는데, 이제 이를 대폭 낮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2006∼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 중앙은행(Fed) 이사를 맡았다. 2010년 1년간 연세대 교수를 지내 한국 사정에도 밝다.
크로즈너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세제개편은 미국의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목표에 집중했고, 그러기 위한 모든 핵심 요소를 구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세 감세’, ‘설비투자 당해 감가상각 100% 허용’을 예를 들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커다란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같은 투자 확대가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면서 근로자 임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월마트가 지난 11일 시간당 최저임금을 높이고 보너스를 주기로 한 데 대해 “법인세 감세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크로즈너 교수는 “임금 상승과 개인소득세 감면은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수요와 공급 두 측면에서 이번 감세가 모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크로즈너 교수는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 투자를 줄이는 걸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중국은 미국 국채에 이미 많은 자산을 투자해온 만큼 조정한다면 점진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며 “단기에 큰 문제가 불거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에 대해선 “거래에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통화가 아니라 자산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현재 사람들이 흥분해 있는 만큼 정확한 자산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