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 '비밀정원'으로 대세 등극한 오마이걸
앨범·무대, 동화 콘셉트로 꾸며
브레이크댄스로 입체 퍼포먼스 선보여
[ 김수경 기자 ]
포기하지 않고 가꿔온 가능성의 씨앗들이 ‘비밀정원’에서 드디어 꽃을 피웠다. 지난 9일 오후 6시 발매한 여섯 번째 미니앨범 ‘비밀정원’으로 컴백과 동시에 크게 주목받고 있는 그룹 ‘오마이걸’ 이야기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비밀정원’은 발매 직후 음원 사이트 벅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음원차트에서도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벅스에서는 지난 10일 기준 1위를 유지했고 지니, 네이버 뮤직, 멜론에서는 2위까지 올랐다. 특히 순위 상승이 어려워 ‘벽돌 차트’라고 불리는 멜론 급상승 차트에서는 1위부터 5위까지 줄세우기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음원 성적이다. 11일 음원 강자인 김동률, 볼빨간사춘기 등이 신곡을 내놓은 데다 쟁쟁한 아이돌그룹의 컴백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의미가 더욱 컸다. ‘비밀정원’은 12일 오전에도 벅스 7위를 지켰다. 포털 및 음원 사이트 검색어 순위도 장악하며 높아진 인기를 입증했다.
대중성 아쉬움 말끔히 털어낸 1위
오마이걸은 2015년 미니앨범 ‘OH MY GIRL(오 마이 걸)’로 데뷔했다. 지난해 4월 다섯 번째 미니앨범 ‘COLORING BOOK(컬러링 북)’을 발매하기까지 ‘2016년 평론가가 뽑은 걸그룹’ 1위를 차지하고, 미국 빌보드 등 해외 매체에도 소개되는 등 호평받았다. 하지만 음악방송이나 음원차트 순위로 평가되는 대중성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오마이걸은 ‘비밀정원’으로 데뷔 3년 만에 처음으로 음원 차트 1위를 찍으며 이런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냈다.
‘비밀정원’의 이 같은 인기는 멤버 진이가 건강 문제로 탈퇴하고 7인조로 개편된 이후 이룬 첫 성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9일 서울 소공로 신세계 메사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효정은 “지난해 말 7인조로 공식 개편한 뒤 공개한 첫 앨범이라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멤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멤버 탈퇴의 위기, 약 9개월간의 공백,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의 1월 가요계 컴백 열전에서도 빛난 오마이걸의 활약은 타이틀곡 ‘비밀정원’의 가사처럼 자신들의 가능성을 키우며 좌절하지 않고 분투한 결과다. ‘비밀정원’은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꿈을 담은 비밀정원을 꿋꿋이 키워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 그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라는 가사는 그간 멤버들이 품어온 소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듣는 이에게 위로가 되고, 더욱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는 건 그런 까닭이다.
마침내 빛을 발한 ‘동화’ 콘셉트
대중의 가슴 속에 ‘마이 걸’로 남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데뷔한 오마이걸은 ‘콘셉트 요정’ ‘동화 속 소녀들’ 같은 이미지를 꾸준히 지켜왔다. 동화 속 판타지에서 걸어나온 듯한 신비로운 콘셉트를 유지한 채 앨범마다 조금씩 다르게 변주했다. ‘비밀정원’은 오마이걸이 들려주는 동화의 총집합 같은 앨범이다. 멤버 비니는 “‘비밀정원’은 한마디로 동화책”이라며 “실제 동화, 동화 같은 분위기의 앨범 재킷 사진, 퍼포먼스를 모두 아울러 동화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신선한 시도도 주목된다. 처음으로 안무에 브레이크댄스를 추가해 동화책을 폈을 때의 입체적인 형상을 묘사했고, 동화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 동화를 CD 앨범의 앞부분에 수록했다. 지난해 5월 발매한 ‘WINDY DAY(윈디 데이)’의 속편 격인 ‘Love O’clock(러브 어클록)’도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다. 수줍은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주로 노래한 이전 앨범과 달리 오마이걸이 원하는 것에 집중한 것은 이번 앨범의 차별점이다.
오마이걸 멤버들은 위기를 딛고 일어선 자신들처럼 사람들이 ‘비밀정원’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얻기를 소망했다.
발목 부상에도 쇼케이스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지호는 “누구나 가슴 속에 소망의 씨앗을 품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자기만의 큰 정원이 만들어져 있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비밀정원’에 담았다”고 말했다. 승희는 “제 소망은 ‘비밀정원’으로 더 많은 사람이 오마이걸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1위라는 소망을 이룬 오마이걸의 더 높은 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tenasia.co.kr
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