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에 '대화 신호' 다른 손엔 '제재'…대북 양면작전
'북한이 한·미 이간질' 질문엔
트럼프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
국무부 "북한과 평창 대화 힘들다"
해상봉쇄 등 추가 제재안 준비
통일부, 북한에 15일 실무회담 제의
[ 박수진/김채연 기자 ]
미국이 북한을 향해 ‘올리브 가지(대화신호)’와 ‘채찍(제재방안)’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며 “김정은과 좋은 사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적절한 조건 아래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한 발언에 이어 어느 때보다 강한 유화 메시지다.
미국은 다른 한편에선 6·25전쟁 참전 동맹국들과 대북 해상봉쇄 등 강경 대응책 논의에 나선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제재와 압박을 통해 비핵화만이 살 길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다는 것이다.
◆“균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의 관계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이간질하려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마 그들이었더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차이점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고 균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속셈을 빤히 알고 있고, 그에 대응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당신들도 그것에 대해 놀랄 것”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관계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아마 나는 김정은과도 좋은 관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정상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좋은 회담을 했고, 그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을 통해 북측에 모종의 의견 개진을 했고 좋은 답변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격렬한 ‘말 전쟁’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나의 최고 친구가 된다”며 “그런 사례를 20개, 30개도 제시할 수 있다.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외교해법에 대한 개방적인 입장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매티스도 외교장관 회의 참가
하지만 미국은 당장 북·미 간 접촉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미 당국자들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미국은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제재와 압박이라는 기존 틀은 그대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15~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한반도 안보 및 안정을 주제로 6·25전쟁 참전 16개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15일 장관급 환영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AFP통신은 미국 측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돕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멈춰 세우고 사찰하는 ‘해상 차단’ 논의를 꺼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훅 정책기획관은 “밴쿠버 회의 목적은 평양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해상 차단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12일 북측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오는 15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또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한 세 명의 대표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남북 고위급 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 조명균 장관 명의의 통지문을 북측 수석대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앞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이 파견하기로 한 고위급 대표단과 응원단 등 방문단 규모와 방남 경로, 경비 부담 원칙 등이 조율될 예정이다. 개회식 공동입장과 공동응원,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한 협의도 있을 전망이다. 남북한은 지난 9일 고위급 회담에서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한은 실무회담 내용을 바탕으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와 만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논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김채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