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의 네덜란드 탐방기(2) 건축의 도시, 도시재생의 나라 네델란드를 가다

입력 2018-01-12 09:01
수정 2018-01-12 09:07

'NDSM-Wharf'는 암스테르담 IJ강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1920년대부터 화물선이나 벌크선, 군함 등을 건조하는 조선소였다. 과거에는 많은 선박을 건조했으나 선박 주문이 줄어들어 급기야 1978년에 이르러 새로운 선박 건조가 중단되었다. 이후 1984년 조선소가 파업을 하면서 폐업했고 그대로 방치된 채 남겨졌다. 축구장 10개가 넘는 엄청난 크기의 장소가 오염된 채 고스란히 방치된 채로 남겨진 것이다. 이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법거주자의 천국으로 변해 버려진 땅이 되었다. 이런 지역을 변화시키기 시작한 것은 예술가 집단이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이 지역을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들은 넓은 공간에 다양한 실험을 했다. NDSM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선박 정비소 건물은 ‘쿤스탄트 아티스트 스튜디오(Kunstand artists’studio)‘라는 예술가들을 위한 네트워크 스튜디오가 되었다. 이곳에는 250여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모여 협업을 하고 있었다. 건물이 커서 협업 장소 외에도 많은 공간이 남아있어 영화촬영이나 사진촬영, 음악 및 연극 공연, 전시회 등에 대여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유럽 최대의 빈티지 마켓인 'IJ-Hallen'이 열리기도 했다. 한 때 암울했던 곳이 젊은이들이 넘치는 자유와 예술의 상징적 공간이 된 것이다.


NDSM에는 다양한 형태의 호텔도 있다. 버려진 조선소의 크레인에 방을 설치해 위험을 즐길 수 있는 호텔을 만들었다. 파랄다 크레인 호텔(Faralda Kraanhotel)은 높이가 50m가 되는 크레인을 개조해 2014년에 오픈했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방은 총 세 개로 Mystique, Secret, Free Spiri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NDSM 건축 투어를 맡은 아넥 보컨 씨는 “바람이 불 때면 좀 흔들린다고 하지만 하룻밤 500유로나 되는 럭셔리 호텔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특별한 호텔로 버려진 배위에는 ‘BOTEL’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그 글자 하나하나가 방이 되도록 만든 것도 있었다. 버려진 공장 지붕을 그대로 올려 만든 부르클린 레스토랑과 단조(고체인 금속재료를 해머 등으로 두들기거나 가압하는 기계적 방법으로 일정한 모앙으로 만드는 조작)공장을 개조한 더블트리 힐튼 호텔도 도시재생의 공간인 NDSM에 한 사례로 자리 잡았다.


네델란드의 NDSM은 사양 산업으로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한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다양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NDSM은 아티스트들이 우선 나서 협회를 만들고 자금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꽃을 피운 사례다. 이렇게 성공적인 사례가 된 것에 대해 도시재생 전문가인 폴 블록 건축가는 “버려진 항구를 지역 명물로 재생시킬 수 있었던 건 사용자들이 주도해 완성하는 ‘바텀 업(bottom-up)’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DSM 사례는 도시재생이 정부가 먼저 나서기보다 민간영역에서 자발적으로 먼저 만들어지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3부에서 계속)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