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428쪽│2만2000원
[ 마지혜 기자 ]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인 눈에는 이상해 보이는 식사 방식이 있다.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쥐가 나기 쉬운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 높이가 낮은 상에 먹거리를 한가득 차려놓고 먹는 것, 반찬과 찌개, 전골 등을 나눠 먹는 것, 술자리에서 잔을 돌리는 것 등이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왜 이렇게 먹어왔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민속학을 가르치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에서 우리 밥상문화의 연원을 추적했다.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앉는 행위부터 후식을 먹기까지 식사 과정을 13가지로 나누고,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어디에서 유래했고 어떤 역사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했다. 국내외 옛 사료와 근현대 신문, 잡지 등에 실린 사회경제적 변화상 등을 살펴 정리했다.
유럽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 전통가옥엔 식당이 없었다. ‘꺾음집’ 형태와 온돌방 때문이다. 각 방과 마루가 연결돼 있고, 신발을 벗고 실내에서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따뜻한 방 안에서 밥상을 받았다.
술자리에서 흔히 이뤄지는 ‘술잔 돌리기’에도 역사가 있다. 고대 중국의 술 마시는 예법에서 시작됐다. 본래 왕과 신하, 웃어른과 아랫사람, 주인과 손님 간에 공경과 답례를 주고받는 행위였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제사와 풍속 교화를 통해 이어졌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과정에서 공동체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한 집단적 의식의 성격을 띠게 됐다고 한다.
‘원샷’ 문화도 오래됐다. 조선 영조 때 열린 잔치에서 있었던 일이다. 신하들이 “우리는 취했는데 공만 홀로 취하지 않았구려”라며 황경원(홍문관 대제학까지 오른 인물)의 흉을 봤다. 그러자 영조는 그릇된 일을 바로잡는 일을 하는 ‘사정(司正)’을 황경원 옆에 세워두고 술잔을 가득 채웠는지, 혹시 술을 몰래 뱉지는 않는지 지켜보게 했다. 황경원은 영조가 내린 술 1L가량을 한 번에 다 마셨다.
식사 문화에는 식민 지배와 전쟁,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등 한국의 역사적 경험도 깃들어 있다. 식기가 대표적이다. 식민지 시기에 한반도 도자기산업이 일본인의 손에 넘어갔다. 조선 후기까지 주로 쓰인 막사기는 저렴한 질그릇과 오지그릇으로 대체됐다. 1960년대 이후 스테인리스 밥공기가 확산된 배경엔 규격화된 밥공기를 통해 쌀 소비를 줄이려는 정부 시책이 있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동이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한 분석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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