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상화폐 채굴업체 퇴출 명령

입력 2018-01-11 18:36
수정 2018-01-11 19:17
"자금세탁으로 금융시스템 위협"
전기공급 차단·과세 등 규제 강화

업체들, 스위스·캐나다로 옮겨


[ 강동균 기자 ]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채굴업체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가상화폐가 자금 세탁 통로로 이용되는 등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조치는 가상화폐 공급에 영향을 미쳐 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2일 각 지방정부에 공문을 보내 가상화폐 채굴업체를 ‘질서 있게’ 퇴출시키라고 지시했다. 퇴출 시점(데드라인)을 정하진 않았지만 전기 공급 차단, 토지 이용 제한, 세금 부과 등 구체적인 퇴출 유도 수단을 제시했다.

세계 대형 가상화폐 채굴업체 대부분은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등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값싼 컴퓨터를 구하기 쉽고 전기요금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선 방대한 데이터센터와 연결된 컴퓨터를 이용해 연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된다.

미국 뉴욕의 연구기관인 체인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30일 동안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 세계 컴퓨터 전력의 80%는 중국에서 충당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받는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필립 그레드웰 체인어낼리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 한 개가 채굴돼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14일이 걸린다”며 “중국 정부가 모든 채굴업체의 전력을 차단하면 매우 높은 수준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는 데 수주 혹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속을 피해 일부 채굴업체는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최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이 지난해 말 스위스로 사업체를 이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2013년 베이징에 설립된 비트메인은 컴퓨터 2만5000대를 동원해 비트코인 채굴 작업을 해 왔다.

중국 업체가 채굴을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비트코인 가격이 6925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중국 채굴업체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해 9월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관련 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자국 내 모든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