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의 네덜란드 탐방기(1) 건축의 도시, 도시 재생의 나라 네덜란드를 가다

입력 2018-01-11 10:26
수정 2018-01-11 14:19

김형진의 네덜란드 탐방기

(1)건축의 도시, 도시재생의 나라 네델란드를 가다

한국은 요즘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문제로 유명무실해진 뉴타운 사업을 대체해 낙후된 도심의 기능을 재활시킬 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있는 건물을 부수지 않고 새로운 도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런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네델란드다. 전통시장과 아파트가 융합하는 새로운 디자인의 건축물을 만들고, 폐쇄된 조선소나 트램 정비소를 부수지 않고 새로운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든다. 이런 배경에는 네델란드의 세계적인 건축기술과 디자인이 있다.

서울역 옆에 디자인한 서울로7017도 네델란드 건축사무소인 MVRDV의 작품이다. 리움미술관이나 서울대 미술관 역시 네델란드가 배출한 세계적 건축가인 렘 콜하스의 작품이다. 사업은 건축과 디자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로 네델란드의 정신문화가 큰 몫을 한다. 네델란드의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둘러보고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성을 모색해봤다.

전통시장과 아파트의 결합 마켓홀(Market Hall)

네델란드의 건축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로테르담에는 특이한 랜드마크가 있다. 바로 전통시장과 아파트가 결합한 ‘마켓홀’이라는 건물이다. 우리나라에도 마트 위에 거주지가 있는 주상복합형건물이 있지만, 전통 시장과 아파트와 함께 조화롭게 존재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회사는 서울로7017을 디자인한 MVRDV다.

건물의 1층에는 전통시장이 있으며 그 지붕을 U자로 만들어 그 지붕과 벽에는 228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전통시장 주변으로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들어섰으며, 지하1층과 2층에는 슈퍼마켓, 3층부터 4개 층은 주차장으로 최대 12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말굽모양의 특이한 이 건물은 하루 평균 2만4000여 명이 방문하는 유명한 곳이 되었다.

이 건물도 처음에는 쉬운 시도는 아니었다. 우선 로테르담시가 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내건 건축의 조건이 까다로웠다. EU의 강력한 규제로 냉장식품은 야외시장에서 팔 수 없기 때문에 전통시장이 계속 존재하면서도 외부로 노출되지 않아야 했다. 다른 조건은 전통시장이 있으면서 도시의 거주자들의 수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MVRDV는 이런 조건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로 ‘두개의 건물 사이에 있는 시장’을 내놓았다. 그 건물은 지붕을 이어 말굽형태로 만들고 두 건물 사이는 투명한 큰 유리로 채워 안에 있지만 바깥에 오픈된 느낌으로 만들었다. 큰 유리로 된 입구는 강한 바람이 불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시도가 쉽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 MVRDV의 건축가들은 특별한 아이디어를 냈다,

MVRDV의 한국인 건축가 이교석씨는 “큰 통유리를 바람으로 보호하는 방법으로 테니스 라켓의 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테니스 라켓처럼 유리 뒤에 튼튼한 와이어를 연결해 공이 라켓에 부딪히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불어도 유리가 튼튼한 상태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마켓홀 주변을 둘러싼 아파트는 다양한 창이 나있다. 주거지에 대해서 모든 방에 햇빛이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는 엄격한 네덜란드의 법을 잘 따랐다. 특히 부엌, 거실, 창고는 시장 쪽에 위치해서 마켓홀 시장 방향으로 창문을 만들어 두었다. 이에 대해 이교석 건축가는 “처음 유리창을 낼 때 이 유리창을 통해 시장의 물건을 올릴 수 있게 디자인 했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이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마켓홀의 새로운 시도는 까다로운 법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와 창의력을 통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건물이 탄생된 것이다.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