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요건 완화한 노동법 시행
대기업 중 첫 대규모 구조조정
[ 이설 기자 ] 프랑스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프랑스의 새 노동법에 따라 임직원 22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PSA는 정규직 근로자 1300명을 명예퇴직으로 감원하는 안을 두고 노조와 협의에 들어간다. 900명은 조기 퇴직 형태로 내보낼 계획이다. 개정 노동법이 시행된 뒤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한 것은 프랑스 대기업 중 PSA가 처음이다. 앞서 의류소매기업 핌키가 임직원 1900명 중 208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9월 개정한 노동법에 따라 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 없이 근로자를 감원할 수 있다. 개정 노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회사가 그해 높은 영업 실적을 냈더라도 신규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만 있으면 기존 인력을 감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4억3300만유로(약 4조3900억원)의 영업이익(추정치)을 거둔 PSA도 인력 구조조정이 가능했다. 새로운 노동법에 따르면 노조원 50%(기존 80%)만 찬성해도 인력 구조조정안을 추진할 수 있다. PSA는 오는 19일부터 노조와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PSA가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 근로자를 줄이는 대신 생산성 높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도록 한다는 개정 노동법의 취지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PSA는 명예퇴직으로 줄어드는 인원을 젊은 인력 위주로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으로 1300명, 인턴 사원·시간제 현장 실습생으로 20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PSA는 “신입 사원과 감원자 수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노동법 시행 전 프랑스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요건이 까다로워 신규 고용이 줄어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프랑스 전체 실업률이 9.7%,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은 21.8%에 달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