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차세대 하수도 표준모델 마련
싱크대서 음식물 바로 흘려 보내
가정집 정화조도 모두 철거
[ 백승현 기자 ]
2023년부터 서울에서 음식물쓰레기 봉투가 사라지고 싱크대 배수구에 음식물을 바로 버릴 수 있게 된다. 또 도심 악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가정집 분뇨 정화조가 모두 철거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차세대 하수도정비 표준모델 기본계획’을 세우고 내년 6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시는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부터 연간 3000억원을 들여 25개 자치구 전체의 하수도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하수도 총 길이는 1만615.7㎞로 대부분 빗물, 생활하수 등이 하나의 관을 통과해 물재생센터에서 처리되는 ‘합류식’이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등 고체는 별도로 처리해야 하고, 분뇨는 각 가정집에 설치된 60만여 개의 정화조에서 1차 처리한 뒤 하수도관으로 배출되는 방식이다. 특히 분변은 일정 기간 정화조에 저장돼 있다가 수거 차량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도심 악취를 발생시키는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각 가정집에 정화조가 설치된 것은 1970~1980년대 정부가 하수도를 구축할 당시엔 빗물 배출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그동안 기술이 발달해 정화조 같은 중간 처리시설이 없더라도 빗물, 생활하수, 분뇨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의 대대적인 하수도 정비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는 1995년 하수관로 종합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정화조 폐쇄를 검토했으나 당시 하수관 내 퇴적이나 악취 발생 우려 등 기술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추진하지 못했다. 지금은 하수 수집·운송 기술이 발달해 분뇨나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처리하지 않고 바로 하수도에 흘려보내도 수질 기준에 맞게 하수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범사업 지역은 광진구 군자동·능동, 성동구 송정동 일대다. 내년 6월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6월 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정화조가 사라지고 싱크대 배수구에 음식물을 바로 버릴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단지의 음식물쓰레기 수거함이 사라지고 지금처럼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도의 대대적 정비가 이뤄지면 시민 생활 편의는 물론 도시기반 시설인 하수도 수명이 늘어나 도로 함몰이나 침수 피해 등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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