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세시 "친환경 기업 자금 조달… 그린본드시장 급속 성장"

입력 2018-01-10 17:31
마릴린 세시 JP모간체이스 그린본드부문 대표


[ 유창재 기자 ] “그린본드를 발행하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채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마릴린 세시 미국 JP모간체이스 그린본드부문 대표(사진)는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그린본드 발행 규모가 전년보다 46% 늘어난 1300억달러(약 142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시 대표는 “그린본드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각종 친환경 프로젝트에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기금·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도 이른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린본드 발행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본드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 개발 등에 사용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각국 정부도 기후변화 관련 연구개발(R&D)이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발행한다. 프랑스, 폴란드 등이 그린본드를 많이 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JP모간은 작년 3분기에 전 세계 그린본드 발행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다.

그는 “그린본드 투자는 리스크(위험)를 최소화하면서도 환경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 AAA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행하는 그린본드를 사들이면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ADB가 벌이는 각종 친환경 프로젝트를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발행 기관은 그린본드로 조달한 돈을 어떤 프로젝트에 사용할지 사전에 명시해야 하며, 발행 후 1년마다 활용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시 대표는 “기업들로선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채권 투자자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이 2013년 한국 최초로 그린본드를 발행한 뒤 과거에는 투자하지 않던 북유럽 연기금들이 수출입은행 채권에 투자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출입은행은 당시 5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등에 대출했다. 2016년에도 4억달러의 그린본드를 발행해 한화큐셀의 태양광 셀 생산설비 증설 등을 지원했다.

산업은행도 지난해 6월 처음으로 3억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민간 기업 중엔 한진인터내셔널이 작년 9월 그린본드 3억달러어치를 발행해 친환경 공법으로 지어진 로스앤젤레스 월셔그랜드센터의 차입금 리파이낸싱(차환)에 사용하기도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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