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얼음 위 'F1' 봅슬레이…150km 질주로 금맥 새로 뚫을까

입력 2018-01-10 16:22
수정 2018-01-10 16:38

썰매 3형제(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중 맏형 격인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최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트랙을 달려 결승선에 도착하는 시간은 60초 남짓, 무동력 스포츠 가운데 가장 빠른 종목으로 꼽혀서다.

◆100분의 1초 다투는 경기…속도가 관건



봅슬레이(Bobsleigh)라는 명칭은 썰매를 탄 선수들의 몸이 앞뒤로 끄덕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을 형용한 '봅(Bob)'과 썰매를 뜻하는 '슬레드(sled)'가 합쳐진 데서 유래했다. 경기는 19세기 후반 스위스에서 스포츠 형태로 자리잡으며 시작됐다.

종목은 오픈 4인승, 남자 2인승, 여자 2인승 총 3개의 종목으로 진행된다. 봅슬레이 안에 4명 혹은 2명의 선수가 일렬로 앉아 내려오며, 도착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봅슬레이 트랙의 길이는 1200~1300m이고 평균 경사도는 8~15%, 곡선로의 반지름은 20m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활주 시 커브를 돌 때의 압력은 중력의 약 4배에 가깝고 평균 시속은 135km, 최고 시속은 약 150km(남자 4인승)에 달한다.

봅슬레이 2인승은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으로 이루어진다.

파일럿은 썰매 안쪽 조종 로프를 이용해 조종을 하고 브레이크맨은 피니시 라인 통과 후 썰매가 멈추도록 제동을 걸어준다.

봅슬레이 4인승은 2명의 푸쉬맨 역할이 추가된다. 푸쉬맨은 출발할 때 힘차게 썰매를 밀고 박차고 나가는 역할이다.

봅슬레이 경기는 100분의 1초를 다투는 경기이므로 최대한 속도를 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선수들이 밀기 쉽도록 썰매를 경량화하거나, 규정된 범위 안에서 개인의 몸무게를 늘리는 것 등이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은 1952년부터 공정성을 이유로 선수와 썰매의 무게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남자 2인승의 선수와 장비를 합한 썰매의 중량은 최대 390kg이며, 여자 2인승은 최대 350kg, 오픈 4인승은 최대 630kg로 제한돼있다.

특히 썰매는 경량화 뿐 아니라 빙상 마찰의 감소, 공기저항 감소 등을 통해서도 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첨단과학의 전쟁터라 불린다. 자동차 개발과 비슷한 면이 많아 BMW 페라리 등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기술력을 총집합해 썰매를 만들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썰매를 타고 있다.



◆'악마의 코스' 평창 경기장…개최국 선수가 유리

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에서는 이틀간 4차시기의 주행 기록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정한다. 남자 2인승 메달의 주인공은 2월 19일 결정되며 여자 2인승은 2월 21일, 남자 4인승은 2월 25일 가려진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등의 썰매 종목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다. 센터 내 트랙에는 총 16개의 커브 구간이 있다. 트랙 전체의 길이는 1659m지만 종목마다 실제 경기가 열리는 구간의 길이는 조금씩 다르고 봅슬레이는 스켈레톤과 함께 1376.38m 길이 트랙을 이용한다. 시작 지점의 고도는 950m, 마무리 지점의 고도는 850m다.

트랙 가운데 9번 코스는 '악마의 코스'라 불리며 선수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9번 코스는 회전 각도가 10도 안팎이고 속도가 시속 120㎞에서 100㎞ 정도로 떨어지는 구간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 커브를 빠져나오면 직선 주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미세하게 좌우로 휘어져 있는 10∼12번 코스가 나온다.

이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9번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면 기록이 늦어지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균형을 잃고 벽에 부딪힐 우려가 있어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이렇게 난이도 높은 코스는 한국 선수들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썰매 종목은 경기장마다 특성이 뚜렷해 코스를 많이 경험해 본 선수일수록 공략이 쉬워서다. 즉 개최국 선수가 유리하다는 의미다.

올해 평창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팀에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썰매도 경기장도 없었던 열악한 환경을 딛고 5년만에 세계 정상권 수준으로 폭풍성장한데다, 홈그라운드 이점까지 더해져 새로운 금(金)맥을 뚫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봅슬레이의 간판 스타인 파일럿 원윤종 선수와 브레이크맨 서영우 선수의 사상 첫 메달 획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윤종·서영우 선수는 2015~2016시즌 남자부 2인승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인승 경기에서도 전체 5위를 기록하며 실력을 입증한 만큼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금빛 질주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단거리 육상의 간판 여호수아(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선수가 봅슬레이로 전향해 국가대표 팀에 합류한 점도 메달 획득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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