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에서 가상화폐 송금·결제… 텔레그램·페이스북, 신사업 노린다

입력 2018-01-09 19:33
2억명이 쓰는 메신저 텔레그램
자체 화폐 만들고 플랫폼 개발
5억달러 규모 ICO도 추진

페북도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 공략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블록체인 메신저 내놓기로


[ 허란 기자 ] 글로벌 메신저 기업들이 가상화폐 플랫폼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1위인 미국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가상화폐 기반 기술로 페이스북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0위 메신저 업체로 꼽히는 러시아의 텔레그램은 자체 가상화폐 출시 계획을 내놨다. 메신저 사용자를 잠재고객으로 겨냥해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가상화폐 결제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텔레그램, 3월 ICO 계획

세계 1억8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둔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과 가상화폐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조만간 중재자 없이 당사자 간 송금결제가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 ‘텔레그램오픈네트워크(TON)’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3월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공개(ICO)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ICO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 주식 대신 자체 플랫폼에서 사용하거나 다른 가상화폐로 교환 가능한 ‘토큰’을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텔레그램은 TON 발행을 통해 최대 5억달러(약 5300억원)를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7월 최대 자금을 조달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테조스(Tezos)의 ICO 규모(2억3200만달러)를 넘어선다.

TON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잇는 3세대 가상화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은 가상화폐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 앱(응용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TON은 기존 가상화폐 플랫폼보다 수수료는 낮추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높일 예정이라고 테크크런치는 보도했다.

TON 개발 계획은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두로프는 자신이 운영하던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VK’를 투자자들에게 빼앗긴 이후 자체 통화를 사용하는 메신저 결제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결제 시장 경쟁

메시징 앱들이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인 데 대해 CNBC 방송은 “가상화폐를 사용하면 페이스북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아시아의 주요 라이벌을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와 위챗을 따라잡기 위해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결제 수단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램은 자체 가상화폐를 사용할 경우 국제송금 시 각국 정부나 은행 규제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용자들도 은행과 같은 중개자 없이 각자의 컴퓨터에 분산된 공공 거래장부를 통해 결제·송금하면 불필요한 중개수수료를 피할 수 있다. 메신저의 암호화 기능 덕분에 대규모 자금을 은밀하게 거래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도 지난해 5월 블록체인 메신저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메신저담당 수석부사장이 그해 12월 코인베이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기존 은행권도 블록체인 결제시스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JP모간은 지난해 10월 블록체인 기반 은행 간 결제 플랫폼을 선보였다. 바클레이즈, HSBC, UBS 등도 공용결제용 가상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