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손에 안잡혀요"…희망 없는 N포세대, 비트코인 '한탕'에 허우적

입력 2018-01-09 15:21
수정 2018-01-09 15:22

# "주변에서 다들 돈 벌었다고 난리에요",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지난해 말부터 유명 온라인 구직 커뮤니티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에 관한 글이 하루에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9)씨는 이 커뮤니티에서 가상화폐 온라인 스터디를 소개 받았다. 4명의 스터디원이 참여한 단톡방(단체 채팅방)에서 김씨는 가상화폐 투자 성공담과 투자 동향을 배워가고 있다.

가상화폐가 20~30대 청년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취업과 결혼, 내 집 마련을 포기한 N포세대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로 한탕을 노리는 청년들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관련 앱 사용 연령층을 조사한 결과,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24.0%로 2위를 차지했다.

20~30대의 투자 열기가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가상화폐를 향한 청년 세대의 관심은 비트코인 전문 커뮤니티를 넘어 구직 커뮤니티, 자격증·공모전·어학 커뮤니티 등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 구직 카페에서는 "천성이 흙수저라 평생 돈에 허덕이며 살고 있다. 주변에서 비트코인으로 돈 번 얘기가 많이 들려오니 싱숭생숭하다. 답은 비트코인 밖에 없는 것 같다"는 식의 글들이 자주 목격된다.



가상화폐 재테크 스터디를 모집하는 글도 주기적으로 게재된다. 모집정원을 5명 이내로 한정한 스터디부터 1대 1 맞춤수업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온라인 상에서 만남을 주선한다.

'손실 없이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방법'이라는 광고성 글과 함께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글도 다수 등록돼 있다.

20~30대 청년층이 가상화폐 투자에 몰리는 까닭은 스스로를 흙수저, N포세대로 칭하는 자조적인 신조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N포세대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집과 취업 마저 포기한 5포세대를 초월해 꿈, 희망 등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N가지의 것들을 모두 포기해 N포세대란 이름이 붙었다. 이는 2015년부터 대두된 수저계급론과 궤를 같이 한다.

전문가들은 청년세대의 가상화폐 투자를 한탕주의라고 꼬집었다. 희망 없는 사회에서 한탕주의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수진 임상심리전문가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바뀌는 것이 없고, 기회의 문은 점점 좁아지면서 청년세대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시험과 취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과가 빠르게 나오고 훨씬 자극적인 가상화폐 투자에 청년들이 쉽게 물들어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카드를 꺼내들고 나섰지만 시장의 열기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투기 억제를 위해 거래 실명제와 자금세탁방지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엄중 단속·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3분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2315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 1867만4000원보다 24% 오른 것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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