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운용 매각 '빨간불'…하이투자증권 등도 난기류
칸서스, 웨일인베스트와 계약 해지
대주주 심사 지연을 문제삼아
금감원, 출자자와 이면계약 의심
금융업계 "M&A시장 위축 우려
일단 보류 관행부터 개선해야"
[ 이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8일 오후 2시35분
계약이 체결된 금융투자업계 인수합병(M&A)과 관련, 금융감독원이 인수 예정 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깐깐하게 하면서 거래가 잇달아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증권을 인수할 계획이던 케이프투자증권이 거래 종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칸서스자산운용을 인수키로 한 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 칸서스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맺은 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지난 4일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늦어지면서 잔금 납일 기한이 넘어가자 칸서스자산운용 측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웨일인베스트먼트는 3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칸서스자산운용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1위 철도 신호제어 시스템 업체인 대아티아이가 200억원을 조달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우리은행 등은 재무적투자자(FI)로 100억원을 출자했다. 200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나머지 100억원으로 구주를 인수해 50%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금감원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우리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 간 이면계약 가능성 등을 우려해 승인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칸서스자산운용을 계열사로 편입하기 위해 이면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금감원이 의심하고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웨일인베스트먼트가 대아티아이를 SI로 끌어들인 데다 우리은행까지 FI로 확보해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짠 상황에서 금감원의 승인 심사 보류는 이례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아티아이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운용사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우리은행 등 주요 투자자들도 “이면합의는 존재할 수 없으며, 단순 투자자로 참여했을 뿐”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거래뿐 아니라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등 다른 M&A도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대주주 심사로 지연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 케이프투자증권은 복잡한 인수 구조를 당국이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횡령 혐의를 받는 영향으로 대주주 심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해 이베스트증권 인수를 목전에 두고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돼 거래가 무산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특별한 이유 없이 깐깐하게 하면 금융업계 M&A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사업 재편이 필요한 금융업계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일단 보류부터 하는 관행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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