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한경갤러리 공동 신년 기획전 'Color to light'전
[ 김경갑 기자 ]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전혁림 화백(1915~2010)은 시인 김춘수, 음악가 윤이상 등 통영 출신 예술인과 교분을 나누며 전통적인 ‘오방색’과 ‘민화’의 미학을 그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로 승화했다. 2005년 청와대에 전시됐다가 10년 가까이 자취를 감춘 그의 7m 대작 ‘통영항’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인왕실에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적 색면 추상의 선구자 전 화백을 비롯해 하동철 우제길 이정지 전명자 정우범 김정수 이종혁 이두식 이세득 이융세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작고·중견 화가 23명의 작품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가 선화랑과 공동으로 오는 28일까지 여는 ‘컬러 투 라이트(Color to light)’다.
1980년 이후 현대미술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경제개발 초기 작가마다 창의적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부터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든 1990년대 이후 최근 작품까지 소개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트렌드와 위상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다. 출품작은 색채추상화, 풍경화, 수채화, 사실주의 회화 등으로 한국 미술의 프리즘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1986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된 하동철(1942~2006)의 작품은 어린 시절 언덕 너머에서 귀가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던 기억 속 햇볕의 따뜻함이나 돌아가신 아버지 상여의 원색문양과 거기에 비친 아침 햇빛의 기억을 화폭에 담았다. 선으로 빛줄기가 위에서 쏟아져내리는 것처럼 묘사한 게 이채롭다.
여성 단색화가로 잘 알려진 이정지의 작품 ‘0’ 시리즈는 시작도 끝도 없는 시공간의 에너지를 황색으로 차지게 녹여냈다.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색감의 꿈틀거림 속에는 해수면의 잔잔한 율동 같은 게 느껴진다. ‘자연이 보여주는 어느 순간의 색이 아니라 본질적인 색을 찾고 싶다’는 이씨의 조형론을 실감할 수 있다.
‘빛의 화가’ 우제길의 작품도 나온다. 캔버스에 사각형 면을 엇갈리게 쌓아 단층을 만들고 그 단층에 진한 청색과 회색을 칠해 빛의 광채와 직선을 만들어냈다. 어두움을 밝음으로, 답답함을 시원한 창조적 상상으로 전환시키는 작가의 예술혼이 유별나다.
1970년대 색면추상 운동을 주도한 유희영의 작품도 관람객을 반긴다. 구체적인 자연을 묘사하지 않아도 실제로 자연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색채 추상화가 이두식의 액션페인팅, 화려한 색면으로 인간적 우수를 담은 이종혁, 유년 시절 도시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묘사한 전명자, 진달래 꽃잎을 고봉밥처럼 구성한 김정수, 도심의 새벽 불빛을 잡아낸 김성호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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