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확실한 미·중 시장에 어떻게 파고 들 것인가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2018년도 국제통상질서는 어떠한 특징을 보이게 될까? 아마도 그것은 다수의 예상하는 바와 같이 ‘보호무역주의’일 것이다.
세계 경제에 압도적 영향력을 지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이후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서 탈퇴해서라도 당해 지역 산업을 지키고 지역 고용, 특히 백인 노동자의 고용을 지키는 것을 핵심적 경제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이러한 보호주의 정책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 기조는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른 국가들에게 파급되어 가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가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이고, 따라서 미국의 러스트벨트 지역 산업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도 중국 경제를 향하게 될 것이다.
2017년 중국은 사드보복이라는 명분하에 한국 기업의 대중 수출과 중국에서의 경제활동에 극도의 불이익을 주었다. 중국의 이러한 행위도 크게 보면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중국의 대응정책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은 중국에 뿐만 아니라 일본, EU, 그리고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우리 기업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보복에 시달리며 대외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정책당국은 이 상황을 사실상 방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 걸쳐 살펴본 국제통상환경의 특징이 2018년에도 그대로 지속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2대 통상국가인 미·중 시장에 접근함에 있어서 어떠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
미국은 지난해 연말 자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를 35%에서 20%수준으로 낮추고 소득세도 인하했다. 그리고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까지 확정되면 2018년 미국경제는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크게 활성화 됨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반덤핑조치 및 보복관세 등 보호무역조치를 그대로 추진한다면 전체로서의 미국경제는 자칫 애로부분의 확대에 따른 물가인상 또는 비능률경제의 온존 등으로 인해 크게 왜곡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 정책당국은 그러한 상태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금후 미국 경제의 대외활동은 정책당국이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목표를 달성시키면서도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미 국민경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대미활동은 미국경제의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대중무역과 관련해서도 이러한 기조에 입각해야 한다. 요컨대 중국의 정책당국이 구체적으로 중국경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려 하는지와 이러한 정책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시키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대외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여기에 맞추어 대중무역을 전개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입장에서 중국경제의 전개과정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중국은 후발국이면서도 4차 산업 혁명을 위시하여 자국의 산업구조를 빠르게 다각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정책전개는 불가피하게 특정 산업의 제조에 투입돼야 할 부품·소재에 대한 해외수요를 유발시키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미 트럼프 정권의 통상압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역내 공동시장 설립을 서둘 것이라는 점이다. 일대일로의 추진 및 RCEP의 추진이 그러한 흐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교역은 중국경제의 이러한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해야 할 것이다.
미·중의 대외 통상활동이 시장메커니즘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중 모두 자국의 정책목표를 최우선으로 하는 대외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대미 대중 교역은 그러한 그들의 정책목표를 정확히 파악하여 거기에서 파생되는 대외관계의 성격에 맞추어 그들 시장에 파고드는 전략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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