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조 팔린 브라질 채권, 석 달 새 12% 손실
브라질·멕시코·러시아 채권, 원화 강세로 수익률 악화
정치 불확실성도 하락 부추겨
미국 감세안에 멕시코 채권 '타격'
"환 변동성 높아져 투자 신중해야"
[ 김우섭 기자 ]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채권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수익 상품으로 지난해 큰 관심을 모았으나 최근 3개월 동안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환 손실이 불어나고 있어서다. 일부 신흥국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현지 통화 기준 가격마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채권 12% 손실
7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를 보유한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10월10일부터 지난 4일까지 3개월 동안에만 원화 환산 11.99%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이 기간 투자 원금의 5% 안팎을 이자로 챙겼다고 계산하더라도 7% 수준의 손해를 본 셈이다. 1년에 채권 액면금액(만기상환 원금)의 10% 수준 이자를 6개월 간격으로 지급하는 브라질 국채의 최근 1년 투자수익률은 5.68%(이자수입 포함)다.
브라질 채권 투자 성과가 급작스럽게 나빠진 원인은 원화 강세다. 지난해 10월10일 헤알당 359원이었던 원·헤알 환율은 5일 328원으로 8.63% 떨어졌다. 브라질 경제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원화가치의 상승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해 4분기에만 7.93% 하락했다. 작년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률은 한국은행이 집계한 주요 42개국 통화 가운데 체코 폴란드 헝가리 덴마크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 기반 약화로 기대했던 연금 개혁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현지 채권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야기했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채권운용팀장은 “공무원연금 지급 등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보고 있지만 현 정권에선 개혁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올 10월 대통령 선거 이후 다시 연금개혁 시도가 나오겠지만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국내 증권사들의 브라질 채권 판매액은 사상 최대였다. 국내 주요 7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의 판매액만 4조895억원에 달했다.
◆멕시코 채권은 ‘트럼프 쇼크’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약 300억원어치를 판매한 멕시코 국채 상품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작년 10월10일 이후 이달 4일까지 투자수익률이 -12.68%를 나타냈다. 멕시코 국채 이자는 액면금액의 7% 안팎으로 브라질보다 다소 낮은 편이다.
멕시코 국채 투자 손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감세안이 상·하원 표결 절차에 돌입한 작년 12월 두드러졌다. 멕시코 페소화가 급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채권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작년 10월10일 61원이었던 원·페소 환율은 5일 54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감세안이 본격 시행되면 그동안 멕시코로 흘러들어오던 투자자금 일부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결과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35%→21%)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멕시코 투자 유인이 줄었다”며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멕시코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연 10%에서 연 7.75%까지 낮춘 러시아 국채도 현지 통화 기준 채권가치는 올랐으나 환 손실 탓에 최근 석 달 투자수익률 기준 4.27% 손실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현지 통화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중반 또는 그 이하에서 장기간 머무는 상황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막연히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졌으니 환 변동에 노출된 상품이 낫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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