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의 편가르기식 신년인사회

입력 2018-01-07 17:03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용산구와 강동구를 시작으로 18일까지 구청을 돌며 신년인사회를 연다. 박 시장은 총 25곳의 자치구 중에서 20곳을 방문하고 5곳은 가지 않는 일정을 짰다. 중구 중랑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5곳이 제외됐다. 공교롭게도 모두 박 시장과 당적이 다른 자유한국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곳이다.

신년인사회는 구청장은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 등 주요 공무원, 지역 유관기관, 구민이 참석하는 큰 행사다. 구청별로 500~2000명의 많은 인원이 참석한다. 구청장이 신년사를 하고 서울시장의 새해 인사, 국회의원의 덕담과 상호 인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관내의 대형 극장 홀에서 4일 첫 테이프를 끊은 용산구 신년인사회에도 성장현 구청장과 박 시장, 진영 국회의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시장의 올해 신년인사회 순회지는 2011년 취임 이후 가장 많은 20개 구청이다.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데다 최근 사실상 3선 도전을 선언한 박 시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주변 평가다. 작년에는 종로구 낙원상가 모텔 철거 현장 붕괴사고 탓에 6회에 그쳤지만 2013년 17회, 2014년 18회, 2015년 17회, 2016년 20회로 늘고 있다.

서울시는 한국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대거 배제된 것은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청 신년인사회는 통상 해당 자치구의 초청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가 “불러줘야 가지. 시장이라고 그냥 막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형식적 절차를 앞세워 책임을 떠넘기는 편파적인 정치 행보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박 시장이 불참하는 구의 한 관계자는 “시에서 별다른 얘기가 없어 그냥 구청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노크도 안해 놓고 집주인이 문을 안 열어줬다고 타박하는 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시 말처럼 구청 잘못도 있을 것이다. 시장과 당적을 달리하는 구청장 처지에서 ‘적’인 박 시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수밖에 없는 행사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래도 박 시장으로서는 모든 자치구에 똑같이 ‘노크’하는 것이 옳은 행보다. 신년인사회마저 ‘편가르기’ 수단으로 삼는 것 같은 한국 정치 풍토의 부박함에 아쉬움이 크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