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에 비해 직장을 옮기는 것이 드물다는 인상입니다. ‘평생 직장’의 신화는 깨졌지만, 아직 사회 분위기는 어느 정도 예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금 인상을 위해 직장을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전직하면 연봉이 줄어든다”는 인식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신고용, 연공서열의 문화가 있는 일본 기업에서 중간에 새로 자리를 바꾼다는 것은 적잖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임금이 오른다 해도, 아주 젊은 층에 한정된 것이라던가, 일손 부족에 따른 일시적 현상 정도로 치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리크루트워크스연구소가 정말로 일본 직장인이 전직하면 연봉이 줄어드는지를 알아봤습니다. 결과는 일본사회의 ‘고정관념’이 틀렸다는 쪽이었습니다.
리크루트워크스연구소가 일본 전역 5만명의 전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국 취업 실태 패널조사 2017’에 따르면 전직 이듬해에 연봉이 10 %이상 오른 경우는 31.4%, 10% 이상 떨어진 경우는 44.3%였습니다. 여기까진 일본 사회의 고정관념이 맞는 것으로 보이는 데이터입니다.
그런데 정규직에 한정해 살펴보면 연봉이 10% 이상 오른 사람은 35.4%, 10 %이상 줄어든 사람은 34.1%로 임금이 인상된 경우가 약간 많습니다. 비정규직일 경우, 임금 하락을 감수하고 간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비정규직은 수입이 10%이상 줄어든 경우(46.8%)가 10%이상 오른 경우(30.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전직 2년차가 되면 수치가 또 달라집니다. 이전 직장보다 10% 이상 임금이 오른 사람이 39.1%로 10% 이상 떨어진 사람(41.6%)과 큰 차이가 없어집니다. 정규직의 경우10% 이상 오른 경우가 무려 47.1%로 10%이상 떨어진 경우(26.2%)보다 배 가까이 됩니다. 대략적으로 말해 정규직의 경우, 전직 2년째 연봉이 전직 이전보다 증가 한 것으로 추정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령별로 살펴봐도 전직 1년차에는 30대 초반의 경우에만 임금 상승 현상이 뚜렷하지만 전직 2년차가 되면 54세 이하 전 연령대에서 연봉이 10%이상 늘어난 경우가 절반 가까이 됐습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통상 전직을 했을 때 연봉의 증감을 이직한 년도와 다음해만을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해의 중간에 회사를 옮길 경우, 상여금이 전액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하기 힘든 탓에 전직 후 임금이 줄었다고 느끼기 쉽다는 것입니다. 또 일본의 경우, 업종간·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사회 전체의 임금상승률이 낮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어떤 현상을 피상적으로 단순하게 인식하는 것과 실상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전직과 임금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일본 사회의 인식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전직 후 임금 수준을 논하는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니, 일본 사회의 직장에 대한 시각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