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여제' 최정 8단 "올 목표 타이틀 방어… 스트레스는 족구로 풀죠"

입력 2018-01-04 18:38
웹툰·게임 좋아하는 소녀지만
반상 위에선 거침없는 공격수
"중앙 중점 두지만, 싸움 마다않죠"

지난해 개인전 2승·단체전 3승
21살 나이에 세계대회 제패
"한경 여자국수전, 좋은 성적 낼게요"


[ 최진석 기자 ] ‘개인전 2승, 단체전 3승’. 프로 바둑기사 최정 8단(22)이 2017년 작성한 성적표다. 최 8단은 지난해 남녀 프로기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국 여자바둑이 세계를 제패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최 8단은 “2017년에는 운이 좋아서 우승을 많이 했다”면서도 “프로 기사라면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 8단은 “올해도 가족,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바둑도 즐겁게 두고 싶다”며 “세계 대회 타이틀 방어와 함께 아직 우승해보지 못한 국수전에서도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우승복, 상복 터진 2017년

2017년은 ‘최정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8단은 개인전인 궁륭산병성배와 명월산배에서 정상에 올랐고, 단체전인 황룡사·정단과기배, 천태산·농상은행배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달에도 단체전인 IMSA 엘리트 마인드게임스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모두 중국 측이 개최한 기전에서 우승했다.

최 8단은 “운이 정말 좋아 기대한 것보다 많이 우승했다”며 “특히 단체전은 오유진 5단 등 함께 팀을 이룬 기사들이 좋은 성적을 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최 8단은 한국 바둑여자랭킹 1위다. 남자랭킹 1위인 박정환 9단과 함께 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49개월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8단은 “오랜 경쟁상대인 중국의 위즈잉 5단에게 패배를 당한 적이 많았는데 지난해에는 3승1패로 앞섰다”며 “승리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그것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 8단은 우승복과 함께 상복도 터졌다. 그는 지난달 열린 2017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여자기사상과 승률상(77.92%)에 인기기사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최 8단은 아직 소녀 같은 미소를 보이는 앳된 얼굴과 달리 바둑을 공격적으로 둔다. 그는 “어렸을 때는 싸움을 즐기는 바둑을 뒀다”며 “이후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의 우주류 영향을 받은 뒤 중앙을 두텁게 두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상대방이 싸움을 걸어오면 마다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최 8단이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루이나이웨이 9단이다. 최 8단은 “2000년 루이나이웨이 9단이 조훈현 9단을 꺾고 국수전에서 우승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며 “루이나이웨이처럼 혼성기전에 출전해 남자 기사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물론 꿈은 우승”이라고 말했다.

◆타이틀 방어, 여자국수전 첫 승 하고파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레 7세 때 바둑에 입문한 최 8단은 유창혁 9단(한국기원 사무총장)의 가르침을 받아 중학교 2학년 때 프로기사가 됐다. 국가대표 기사인 그는 지금도 하루 7시간씩 바둑 훈련을 한다. 최 8단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바둑에 싫증난 적이 없다”며 “15년을 뒀는데도 매번 재미있고 질리지 않는 것이 바둑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최 8단은 평소 여느 20대 여성과 비슷하다. 웹툰을 탐독하고 노래방을 좋아한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광팬이다. “방탄소년단 멤버 중에 바둑을 배우고 싶은 멤버가 있다면 무료로 바둑을 열심히 가르쳐줄 수 있다”고 진지하게 말할 정도다. 특이한 점은 농구를 좋아하고 족구 실력은 수준급이라는 것. 그는 “바둑은 개인 스포츠지만 농구, 족구는 팀플레이라서 바둑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최 8단은 “올해도 가족, 친구들과 건강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한다”며 “프로기사로서의 올해 목표는 세계 대회 타이틀을 방어하는 것, 그리고 아직 우승이 없는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프로여자국수전에서 최정 8단은 4강에 진출했다. 그는 오는 9일 강지수 초단과 맞붙는다. 결승 대국은 22일 시작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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