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후웨이훼이 모바이크 창업자 겸 회장

입력 2018-01-04 17:09
"베이징 교통난·공기오염 해결하자"
보관소 필요 없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
세계 200개 도시로 확산… 1억명이 탄다


[ 이설 기자 ] 2017년의 중국을 한 마디로 축약하는 키워드는 ‘공유경제’였다. 중국언어자원검측연구센터는 지난해 중국을 상징하는 한자로 ‘초심’과 함께 ‘공유’를 선정했다. 중국에서는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교통, 숙박, 외식, 보건의료 등 전통적인 서비스 분야로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공유자전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00만 대의 자전거가 공유됐고, 이 중 중국 비중이 약 70%로 추산됐다. 이 산업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2015년에는 공유자전거가 150만 대, 2016년엔 400만 대였다. 이런 급격한 팽창의 중심에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와 ‘모바이크’가 있다. 두 업체는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빅2’ 기업이다. 1, 2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지만 공유자전거의 시작은 36세의 젊은 창업자 후웨이훼이(胡) 모바이크 창업자 겸 회장이 먼저였다.

◆자동차·IT 전문기자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로

저장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회장은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4년부터 10년간 ‘신징바오’ ‘비즈니스 밸류’ 등의 매체에서 자동차·정보기술(IT)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중국 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교통 분야를 취재할 때 베이징시의 극심한 교통난과 대기오염 문제에 눈을 떴다. IT업계 인사들과의 교류하면서 문제 해결의 단초를 발견했다.

어느 날 벤처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누군가가 ‘QR 코드 스캔으로 예약하고 결제하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제안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길거리에 자전거를 세워두면 금세 다 도난당할 거라고 걱정했다. 자전거 도로나 보관소가 변변히 마련돼 있지 않은 중국에선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후 회장은 다르게 봤다. IT를 접목한 공유자전거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안이라고 생각했다. 타지에서 공공 자전거를 타려다 이용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마침 중국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해서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시스템이라면 자전거 보관소가 따로 필요 없었다. 세계 최초의 비고정형(Dockless) 자전거 공유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세계 200개 도시 교통·환경 문제 개선

후 회장이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는 중국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경제발전 속도가 빠르고 신상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지역에 가장 먼저 뿌리내렸다. 성공 비결은 뛰어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한 것에 있다. 모바이크의 비고정형 공유자전거는 소비자들에게 공공용 자전거보다 훨씬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모바이크 이용자는 굳이 자전거를 사용한 후 보관소를 찾아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목적지 부근에 자전거를 놔두면 다른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위치를 검색한다. 그리고 QR코드로 잠금을 해제해 그 자리에서 다시 이용하면 그만이다. 다만 모바이크가 권장하는 지역에 주차할 경우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향후 이용요금이 저렴해진다. 요금은 30분당 0.5~1위안(약 81~163원) 수준이다. 보증금은 299위안이지만 서비스 탈퇴시 전액 돌려준다. 이런 편리성과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에 힘입어 모바이크 자전거는 버스나 지하철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마지막 이동거리(Last mile)’를 책임질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모바이크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업체인 오포와 중국 공유자전거 시장의 급성장을 주도했다. 2016년 4월 상하이에서 서비스를 시작해서 현재 베이징과 선전을 비롯해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200여 개 도시에서 성업 중이다. 지난해 모바이크 전체 자전거 수는 500만 대, 하루 사용 건수는 2500만 건, 가입자 수는 1억 명을 돌파했다. 대규모 자금 유치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모바이크는 중국 최대의 IT 기업 텐센트와 아이폰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창업 2년 만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에 올라섰다. 2017년 한 해에만 10억달러(약 1조640억원)를 투자받았다. 모바이크의 기업가치는 2017년 1월 기준 100억위안(약 1조6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도 적잖은 공을 세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이크는 지난해 12월 열린 제3차 유엔환경총회에서 저탄소 대중교통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2017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다. 모바이크코리아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이크 이용자들은 2017년 8월 기준 총 56억㎞를 주행했다. 덕분에 126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바이크

모바이크는 빠른 속도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있다. 바로 수익성 확보다. 오포와 함께 압도적인 1, 2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확실한 수익 구조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스마트 잠금장치 등이 탑재되고 내구성이 좋은 자전거를 생산하느라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대여료는 가장 저렴한 편이다. 막대한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업계에서 오포와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후 회장은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수익을 낼 수는 있다”며 “수익성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모바이크의 왕샤오펑 최고경영자(CEO)를 ‘뇌’에, 자신을 ‘심장’에 비유했다. 자신은 비즈니스 감각보다는 공유자전거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열정’이 앞서는 사람이란 것이다. 후 회장은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전거 공유 서비스는 서방에서 배워온 유행이 아닌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혁신”이라며 “우리는 세계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규모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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