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입소문·게릴라 전술… 전통시장서 살아남은 청년상인들

입력 2018-01-03 18:15
"전통시장 입지 약점 아니다"

청년상인 지원 사후관리 중요
창업~도약단계 맞춤형 지원을


[ 황정환/장현주 기자 ] 3일 서울 을지로의 오래된 전통시장인 대림상가 3층. 낡은 전자상가들이 늘어선 한쪽에 있는 적갈색 원목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한 카페엔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젊은 남녀들이 커피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 있었다. 한 무리의 여성 손님들이 인기 메뉴인 ‘호랑이 라떼’를 들고 ‘셀카’를 찍는다. 직장인 서민영 씨(27)는 “3층까지 일부러 올라와야 하는 게 불편해도 특유의 고소한 맛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5~2016년 전통시장에서 창업한 396명의 청년 상인 3명 중 1명이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싼 임차료, 적극적인 정부 지원에도 청년 창업자가 전통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치밀한 전략과 패기로 무장해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대박 청년’들이 있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을지로 대림상가 카페 ‘호랑이’는 맛으로 승부했다. 위치가 어디든 맛집이라면 찾아가는 모바일 세대를 겨냥했다. 이세준 호랑이 사장(31)은 “창업 전 메뉴 개발에만 몇 년을 투자했다”며 “젊은 층에서 입소문만 나면 전통시장이라는 입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속도와 차별화를 내세워 ‘게릴라 전술’을 편 청년 상인도 있다. 성북구 정릉시장에서 빵집 ‘빵빵싸롱’을 운영하는 이현주 사장(40)은 1인용 큐브 식빵 등 독특한 아이템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씨는 “인근 500m 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만 열 개가 넘지만 프랜차이즈가 따라할 수 없는 지역 특색 메뉴 개발로 단골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패 경험에서 귀중한 노하우를 건지기도 한다. 구로구 구로시장에서 오래된 장난감과 과자 등을 파는 ‘추억점빵’의 유정명 사장(30)은 장사 경력만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유씨는 “오랜 장사 경험으로 (전통시장에선) 주변 상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이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쌓는 게 장기적으로 성공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 창업의 실패율을 낮추려면 단순히 창업 건수를 늘리기보다 단계별로 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이 유효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재봉 ICEO실전마케팅연구소 대표는 “청년 상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많지만 대부분 창업 단계에서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며 “성장기, 도약기까지 맞춤형 지원이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청년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환/장현주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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