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 이유 있었네

입력 2018-01-02 19:44
수정 2018-01-03 05:56
노조-정치권 결탁 공사비 부풀려
연장공사에 120억달러 투입
유지·보수 예산 부족해 잦은 고장


[ 김동윤 기자 ] 미국 뉴욕의 지하철은 낮은 정시운행률과 지저분한 환경 등으로 악명이 높다. 뉴욕 지하철 정시운행률은 67%(2016년 기준)로 독일 베를린(99%), 프랑스 파리(98%)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대도시인 보스턴(97%), 시카고(96%)보다 낮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29일 탐사보도를 통해 뉴욕 지하철의 경쟁력이 이처럼 하락한 이유를 폭로했다. 교통당국인 도시교통공사(MTA)의 ‘복지부동’과 노동조합·건설회사·컨설팅 회사 등의 ‘도덕적 해이’가 결합돼 뉴욕시의 지하철 건설 비용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났고, 이로 인해 지하철 유지·보수 및 장비 현대화에 예산을 투입할 수 없었다는 것이 NYT의 결론이다.

MTA는 최근 맨해튼의 그랜드센트럴역과 뉴욕 남동부의 교외선인 롱아일랜드철도(LIRR)를 연결하는 3.5마일(약 5.6㎞) 구간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에는 총 120억달러(약 12조7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1마일(약 1.6㎞)당 35억달러가 든 셈이다. NYT는 “뉴욕시의 지하철 건설 비용은 세계 다른 도시 평균의 7배에 달한다”며 “뉴욕시의 지하철은 지구상에서 (공사비가) 가장 비싸다”고 지적했다.

NYT는 단독 입수한 뉴욕시 지하철 공사 관련 자료와 내부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뉴욕시의 지하철 공사비가 이처럼 비싼 이유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우선 정치권과 결탁한 노조는 지하철 공사를 할 때 업계 평균 대비 4배가량 많은 인력 배치를 요구했다. 그랜드센트럴역과 롱아일랜드철도를 연결하는 공사에 실제 700명이 투입됐지만, 서류상으로는 900명이 일하는 것으로 등록해 임금을 받은 사실이 외부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건설회사들은 MTA가 진행한 공사 입찰에 참여할 때 공사비를 최대 50%까지 부풀렸고, 컨설팅 회사들은 지하철 공사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라고 MTA 측에 조언했다. 이런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고 제어할 의무가 있는 MTA조차 이들 세 주체의 공사비 부풀리기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NYT는 비판했다.

조지프 로타 MTA 대표는 뉴욕시는 △노후화된 도시 인프라 △비싼 땅값 △높은 인구밀도 △엄격한 규제 등의 이유로 다른 도시보다 지하철 공사비가 많이 든다고 해명했다. NYT는 그러나 지하철 공사 경험이 있는 50여 개 토목회사의 자문과 전직 MTA 간부 100여 명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MTA의 반론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인구밀도, 규제 등의 면에서 뉴욕과 조건이 비슷한 프랑스는 지하철 공사 비용이 뉴욕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