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중국만 쳐다보던 시대 끝났다… 미국·신흥국서도 K뷰티 금맥 캘 것"

입력 2018-01-02 17:26
수정 2018-01-03 05:53
도전 2018 CEO 릴레이 인터뷰 (2)

올해 경영 키워드는 '원 코스맥스'
조직 재정비, 글로벌 사업에 최적화
해외법인들 하나로 연결해 통합관리
K뷰티가 개척할 시장 여전히 많다

글로벌 시장을 우리 앞마당으로
조만간 태국공장 가동…동남아 공략
러 첫 방문 땐 "왜 이제 왔냐" 하더라
지난해 인수 미국 누월드 시무식도 참석

ODM 넘어 'OBM' 사업에 집중
기획에서 마케팅까지…브랜드 개발
남들은 3년 걸릴 일 6개월 만에 끝내
스피드 덕에 글로벌 기업들 잇단 유치


[ 전예진 기자 ]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 코스맥스가 올 1분기 태국 공장을 가동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미국 오하이오와 뉴저지에 이은 여섯 번째 해외 생산 기지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2일 “아직도 개척할 곳이 많다”며 “글로벌 시장을 우리 앞마당이라 생각하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코스맥스의 해외 진출 전략에 그대로 녹아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화장품 제조사 ‘누월드’를 인수했다. 이로써 세계 최대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됐다. 연간 약 16억 개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공격적인 해외 공장 확장으로 코스맥스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2016년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가 터졌을 때도 연매출 35%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를 ‘원 코스맥스’로 정하고 글로벌 사업에 최적화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법인을 하나로 연결하고 원료구매와 재고관리 등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객사와의 소통을 강화해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되겠다는 뜻도 담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화장품업계의 타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화장품 보따리상이 부분적으로 풀렸지만 예전만큼 잘되진 않을 겁니다. 사드 문제가 터졌을 때 대부분 화장품 회사들이 중국 통관 절차를 간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규제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죠. 이번 기회에 동남아로 가자고 했습니다. 사드에 호들갑을 떨지 말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이죠. 중국에서 마스크 시트 하나로 몇 천억원씩 벌면서 노다지를 캐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중국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덕분에 코스맥스는 사드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는데요.

“사드 여파가 본격화됐던 2016년 중국 법인은 40% 성장했고 회사 전체로도 20% 성장했습니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 화장품업계가 잇달아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U사가 새로운 고객이 된 것도 도약의 발판이 됐습니다.”

▷동남아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군요.

“KOTRA를 통해 지난해 9월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더니 ‘왜 이제 왔냐’고 하더군요. 러시아에선 화장품에 한글만 들어가도 좋아한다며 환대를 받았습니다. 예전엔 한국 사람들이 영어만 쓰여 있으면 ‘미제’라고 좋아했는데 격세지감이죠. 러시아 1위 화장품 기업 L사와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태국에서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올 1분기에 태국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 시장을 대상으로 본격 생산에 들어갑니다. 작년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 시장의 매출이 25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400억원을 넘어설 겁니다.”

▷지난해 누월드 인수로 미국 시장에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5000만달러(약 558억원)에 인수했으니 큰 투자였죠. 미국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데다 기술력 있는 연구원이 많아서 투자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올해 미국 매출은 2000억원을 가뿐히 넘길 겁니다. 내년 매출 3000억원을 넘기고 2020년 미국 시장 1위가 될 겁니다.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4일 누월드 시무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신년사를 직접 작성한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요.

“지난해 신년사에서 ‘선제하자, 연결하자, 집중하자’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올해는 이를 더 심화하자고 했습니다. 선제는 글로벌 시장을 앞마당으로 생각하고 나가자는 겁니다. 문만 열고 나가면 마당이 우리 것인데 앞서가서 제압해야죠. 연결은 국내외 법인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원(one) 코스맥스’가 되자는 얘기입니다. 고객사의 위치, 시차, 사업 영역 등을 고려해 국내외 법인 중에 주요 창구를 정하자는 겁니다. 이를 위해 조직을 정비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제조자브랜드생산(OBM)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마케팅까지 화장품 브랜드를 개발해주는 겁니다. 화장품산업에서 온라인의 영역이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들은 자체상품인 PB 브랜드를 원하고 있죠. 온라인과 대형마트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OBM 상표 등록을 마쳤고 디자인실과 전략 마케팅실을 보강했습니다.”

▷OBM 사업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K뷰티의 힘이지요. 작년 중국에서 U사의 서브 브랜드로 보디용품을 출시해 3일 만에 10만 개의 완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OBM 방식으로 개발했는데 제품 출시까지 대부분 2~3년이 걸리는 것을 6개월로 단축했어요. 이를 계기로 U사와 본격 거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유럽 회사들이 장악한 화장품 ODM업계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객사 요구에 즉각 대응한다는 원칙이 경쟁사를 앞지른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반값의 반값인 화장품을 만들자는 ‘네오앤네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료 개수를 줄이되 사용감은 비슷하게 유지하고 화장품 용기는 직접 개발해 원가를 떨어뜨리는 겁니다. 제조원가는 유지하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핵심이죠. 화장품은 자동차산업보다 수익이 많이 나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더 이상 변방산업이 아니에요. 한국이 프랑스를 앞지르는 날이 곧 올 겁니다.”

▷올해부터 중국 시장이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중국 광저우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 공급이 달려 상하이 공장 증설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장이 안정화하면 남미 시장으로도 수출할 계획입니다. 올초 미국 시장을 둘러보고 홍콩으로 미국 L브랜드의 경영진을 만나러 갑니다. V사, B사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데 협업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올해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네요.”

▷직원 근무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오후 5시 정시 퇴근제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선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낮에 집중력 있게 일하게 하고 저녁에 상사 눈치 보느라 퇴근하지 못하는 행태는 바꿔야죠. 휴가도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연차 사용 여부도 부서장 평가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이경수 회장은

제약 영업·광고기획자도 경험
46세 때 직원 4명으로 창업
세계 1위 화장품 ODM社로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1946년 황해도 송화에서 태어나 6·25전쟁 발발 후 경북 포항으로 피란 왔다. 1970년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동아제약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6년 광고대행사 오리콤에서 5년간 광고기획자(AE)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81년부터 11년간 대웅제약에서 일하던 그는 마케팅 전무 자리를 박차고 1992년 46세에 코스맥스를 창업했다. 4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코스맥스는 직원 810명, 그룹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로 도약했다. 코스맥스는 2016년 그룹 매출 1조1000억원을 기록해 이탈리아 인터코스를 제치고 글로벌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 회장은 해외 고객사들과 미팅, 신시장 개척 등을 위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고객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코스맥스가 수출하는 국가는 화장품산업의 본고장인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100여 개국에 이른다.

이 회장은 부인 서성석 코스맥스BTI 회장과 슬하에 이병만 코스맥스BTI 전무, 이병주 뉴트리바이오텍 USA 전무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서 회장은 사업 초기부터 이 회장과 공장 부지를 함께 보러다니고 사업 파트너를 챙기는 등 코스맥스의 안팎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1946년 황해도 송화 출생 △1966년 경북 포항고 졸업 △1970년 서울대 약학과 졸업 △1992년 대웅제약 전무 △1992년 코스맥스 설립 △2007년 대한화장품협회 이사 △2010년 무역의 날 대통령표창 수상 △2012년 로레알그룹 100대 협력사 선정 △2013년 로레알그룹 인도네시아·미국 공장 인수 △2015년 신성장 경영대상 대통령표창 △2016년 무역의 날 1억불 수출의 탑 수상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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