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러스
[ 김태호 기자 ] 1990년대는 자가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시기다. 자연스럽게 도로 곳곳에서 교통체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승용차 함께 타기(카풀) 운동’이다. 아파트 단지에는 카풀 전단이 붙었고, 기업 차원에서 직원의 카풀 출퇴근을 권장하는 곳도 생겨났다. 약 20년이 지났지만 카풀 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은 모바일이 접목됐다. 카풀 앱(응용프로그램) ‘풀러스’가 대표적이다. 풀러스 앱에 접속한 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같은 방향의 운전자를 찾아주고 바로 결제까지 가능하다.
택시 앱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서울 서대문 인근에서 강남역까지 이동 시 가격이 8400원 정도다. 택시를 타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풀러스 앱을 개발한 스타트업 풀러스는 2016년 4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과거에도 카풀 앱은 많았지만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을 접목한 것은 풀러스가 처음이다. 창업자인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자칭 ‘자동차 덕후’다. 운전이 취미일 정도다. 운전을 하다 혼자서 운행하는 차량들이 교통 정체를 야기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차량 공유 앱 쏘카를 창업한 김지만 전 풀러스 대표와 함께 이런 ‘도로의 비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공동창업에 이르게 됐다”며 “쏘카는 차량 소유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풀러스는 이동의 비효율성을 공유 경제로 풀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풀러스는 서비스 시작 1년 반 만인 지난해 9월 75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누적 이용 건수는 370만 건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미래에셋-네이버합작펀드, SK(주), 벤처캐피털(VC) 옐로우독 등으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시리즈A(초기투자 다음 단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시리즈A 단계 투자 유치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 유치금은 서비스를 보다 고도화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풀러스 앱은 지역과 관계없이 동일한 알고리즘을 사용해 서비스가 제공됐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분석해 보니 지역별로 사람들의 이동 패턴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고객 기반에 맞춘 이동 매칭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비스 지역도 점차 확대하고, 추후에는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카풀 앱과 관련한 규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돈을 받고 승용차를 제공,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데다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 오래된 법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 주도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에서는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혁신 해커톤’을 추진 중이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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