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 삭감' 트럼프 겨냥했나… 시진핑 "유엔 권위 확실히 수호할 것"

입력 2018-01-01 06:04
수정 2018-03-31 01:00
신년사서 유엔 언급은 이례적


[ 김동윤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2018년 신년사에서부터 미국과 본격적인 글로벌 패권 경쟁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시 주석은 31일 중국 관영 CCTV 등을 통해 전국에 방송된 신년사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은 유엔의 권위와 지위를 확실히 수호하고, 적극적으로 국제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약속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하기로 결정해 국제 사회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달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선언한 데 대해 유엔이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자 미국의 유엔분담금을 삭감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유엔의 권위 수호와 기후변화협약 준수를 강조한 것은 미국을 대신하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 중국을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어 “2018년은 19차 당대회 정신의 전면적인 실현을 시작하는 해”라며 “중국은 세계 평화의 건설자이자, 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2050년까지 중국은 세계 선두권 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며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선언했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에서 시작해 아시아·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운송·통신 등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빈곤 탈피’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2020년까지 농촌 빈곤 인구의 탈빈곤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장엄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온 사회가 일어나 최선을 다해 새로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