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좌고우면 않고 통합…통합 논란, 이젠 명분 없어"
반대파 "투표율 33% 못미쳐
원천 무효…안철수 대표 퇴출시킬 것"
[ 서정환 기자 ]
국민의당 전(全) 당원 투표 결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성 의견이 압도적 우세로 나오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호남 중진이 중심이 된 통합 반대파는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며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응답자의 74.6%가 통합 및 안 대표 재신임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통합 및 재신임 반대는 25.4%였다. 국민의당은 지난 27~30일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전화투표를 했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선거인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 최종 투표율은 23%로 집계됐다. 이날 찬성 득표수는 4만4706표로,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안 대표가 얻은 득표수인 2만9095명을 웃돌았다. 이동섭 선관위원장은 “통합 추진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투표에서 재신임이 확정됐음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안 대표는 당 선관위 발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치단결을 드러내 보인 당원의 뜻을 국민의 뜻으로 알고 철저히 실천하겠다”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통합 반대파를 향해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안 대표는 “75% 정도 찬성을 두고 더 이상 논란을 벌인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민심을 받들어 정치한다면서 이런 정도의 명백한 의사 표시를 두고 계속 논란을 벌이는 것은 스스로 심판받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 반대파는 이번 투표율이 전체 당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33.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박지원·유성엽·천정배 의원 등 18명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헌·당규에 명시된 최소 투표율 ‘3분의 1’ 기준에 못 미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보수 야합 추진을 저지하고 안 대표를 퇴출시켜 국민의당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를 출범한다”면서 안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통합 찬·반 양측이 전 당원 투표 결과를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당내 내홍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일부 강성파를 중심으로 분당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날 선관위 발표 도중 신원 미상의 남성이 당사에 난입해 선관위원장인 이동섭 의원 앞에서 단상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호남 지역 당원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안철수가 그렇게 돈이 많으냐”며 고성을 내질렀다. 당직자들이 이 남성을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도 벌어졌으며, 이 남성은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됐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