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만나 한상균 사면 요청하겠다"

입력 2017-12-29 18:07
수정 2017-12-30 05:42
철도파업 주도한 강경파 김명환, 민주노총 새 위원장에 당선

정부·재계와 대화 가능성 시사
노사정위원회 재개 여부 주목

노동현안엔 강경투쟁 지향
양극화·비정규직 해결 노력

낮은 투표율·계파주의 극복 과제


[ 고경봉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신임 위원장에 김명환 전 철도노동조합 위원장(사진)이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을 주도한 인물로 민주노총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에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노조가 정치 현안에도 깊이 간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당선 일성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정부, 재계 등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 얼어붙은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제9기 임원선거를 한 결과 김 후보가 21만6962표(득표율 66%)를 얻어 8만9562표(득표율 27.3%)를 얻은 이호동 후보를 제치고 새 위원장에 당선됐다고 29일 발표했다. 수석부위원장에는 김경자 전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에는 백석근 전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이 선출됐다. 김 당선자는 지난달 30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7%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어 이 후보와 이달 22일까지 결선 투표를 치렀다.

김 당선자는 구속된 한상균 전 위원장과 같은 계파 출신이자 강경 투쟁을 주장한 이 후보에 비해서는 다소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각종 노동 현안에는 이 후보 못지않게 강경 투쟁 노선을 지향해왔다. 2013년 12월 철도노조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정부와 철도공사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해 당시까지 철도 파업 사상 가장 길었던 23일간의 파업을 주도했다.

평소에 산별 교섭의 제도화, 전 산업의 노동이사제 도입 등을 강하게 주장했던 터라 재계와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당선자는 정부, 재계와의 대화 가능성에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투쟁·대화 병행’을 공약으로 내세워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선거운동 당시 ‘국민에게 지지받는 민주노총’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 역시 그동안 노사정 대화를 거부하면서 여론이 나빠진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당선 직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면서 “20년 된 노사정위는 제대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선거운동 당시 기존 노사정위 대신 대통령과 노사 대표 4인, 정부 대표 2인, 국회 대표가 참여하는 ‘신(新)8인 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일각에선 ‘노사정 대화’가 아니라 사측을 뺀 ‘노정 담판’을 통해 성과를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재계를 향해선 “스스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없다”고 비난하면서도 “(노동 현안에 대해) 물어볼 필요는 있다”며 접촉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날 정부의 특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사면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노사정 대화 재개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낮은 투표율 및 여전한 계파 주의 등을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의 해결 과제로 꼽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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